카카오 김범수 등판…의미는 "계열사 이슈, 중앙에서 관리"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1.03 06:30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머니S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기로 했다. 사실상 창업자가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인데, 이와 함께 CA협의체의 성격도 계열사 CEO들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SK SUPEX 추구협의회와 같은 형태로 바꿨다. 김 창업자가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만들면서부터 이어오던 '자율경영' 기조는 이제 사라졌다. 자율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던 '공동체' 대신, 다른 대기업처럼 '그룹'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는 자율경영 기조가 그 동안 계열사별 CEO들의 도덕적 해이와 무리한 사업 확장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카카오 안팎의 평가에 따른 것이다. 또 그룹사에 각종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던 '김범수 등판'을 실현한 것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2일 발표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와 13개 계열사 CEO들은 회의를 열고 CA협의체 구성을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김범수 창업자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와 함께 새로운 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기로 했다.

CA협의체는 지난해 9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 정신아 사업총괄, 권대열 위기관리총괄, 배재현 투자총괄 등 4인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다만 배재현 총괄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3인 체제로 운영됐다. 기존 CA협의체는 카카오 계열사 간 의견조율과 컨센서스 도출 등을 담당해 왔다.

이번 협의체 개편은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의장을 맡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3개 계열사 대표를 참여 시켜 중앙 협의식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각 계열사에 내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창업자가 맡고 있는 경영쇄신위원회 외에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를 두고, 각 계열사 CEO가 경영쇄신위 포함 최대 3개의 위원회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게 된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비슷한 구조다.


이번 CA협의체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픽코마, 카카오헬스케어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주요 자회사들이 모인 구조다. 전체 계열사의 대표를 모으지 않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과 책임을 지닌 이들만 포함했다.

CA협의체는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매달 그룹협의회를 열어 그룹의 주요 사항을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직접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김범수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라고 표현했다. 다른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대에 순치해 간 과정을 카카오 역시 따라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신아 의장 역시 회의에서 "CEO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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