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연진아, 이젠 뭘 해야 할지 알겠니?"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 2023.03.02 05:30
#과연 송혜교(문동은 역)는 '사이다맛'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10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를 기다리는 이가 많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 하루 만에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이하 학폭) 문제로 낙마하면서 학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더 글로리'는 유년시절 학폭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이 인생을 걸고 준비한 치밀한 계획에 따라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말 공개한 파트1은 국내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서 누적 1억480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고 총 36개국에서 톱10에 올랐다.

드라마에서 박연진(임지연 분) 등 가해자그룹은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며 문동은의 신체를 아무렇지 않게 지진다. 가해자들이 희희낙락하며 울부짖는 피해자에게 잔혹한 폭행을 가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장면은 실제로 2006년 청주의 한 여중에서 발생한 이른바 '고데기 폭행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더 글로리' 열풍이 몰고온 사회적 반향은 컸다. 눈물의 학폭 피해 고백에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학폭 가해자에 대한 섣부른 옹호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12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유튜버 곽튜브는 한 방송에서 학폭을 당해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아픈 과거를 고백했다. 그는 "학폭 피해자들은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곤 한다"며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SSG랜더스 소속 프로야구 스타 추신수는 키움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이 학폭 전력으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폭 심의건수는 9796건에 달했다. 2학기를 포함하면 2만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대면수업이 다시 시작되면서 학폭 심의건수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학폭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폭감소라는 현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왜 학폭을 다룬 드라마 제목이 '영광'을 뜻하는 영어단어 글로리일까.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는 학폭 사례를 찾아보면서 피해자들의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피해자들은 금전적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피해자들이 되찾는 것은 결국 폭력을 당할 당시에 상실한 인간적 존엄, 명예, 영광이고 피해자들이 그 영광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정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가해자들이 천벌을 받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나한테도 고통이다. 나는 가해자들이 언젠가는 사과하러 오는 날을 그리며 버틴다"는 한 학폭 피해자의 인터넷 댓글과 일맥상통한다.

끔찍한 학폭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대중의 분노는 폭발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나 처벌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학폭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피해학생을 잘 보호하는 것도, 가해학생을 교육하고 개선하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이상 방관자로 머물지 말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동은이 고통의 삶을 벗어나 회복과 치유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바로 가해자의 사과다.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이라고 문동은은 말한다. 이는 역으로 가해자가 깊은 반성을 통해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고 피해자의 인간적 존엄과 명예가 되살아난다면 용서도 가능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진아, 이젠 뭘 해야 할지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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