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투기에 정찰 풍선 격추되자 中 발끈…양국 갈등 격화[영상]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정혜인 기자 | 2023.02.05 13:42
미국이 지난 며칠 동안 미국 상공을 떠돌던 중국 정찰 풍선을 미사일로 격추하자 중국이 발끈했다. 중국은 민간 비행체의 우발적 영공 진입에 미국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필요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항의했다. 정찰 풍선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날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상공에 머물던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 국방부가 띄운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X 한 발을 풍선에 발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당시 격추 장면을 찍은 영상이 돌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전투기가 풍선 근처로 접근해 미사일을 발사하자 풍선이 폭발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선 미국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바로 이거야"라고 환호하는 소리도 들린다.

풍선은 바다에 추락했고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잔해 수습에 나섰다. 미국은 풍선 잔해를 수거해 풍선의 목적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버스 2~3배 정도의 크기인 이 비행체는 풍선 부분과 통신장비 등 기계장치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추락하고 있다./사진=로이터=뉴스1
풍선 격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풍선이 성공적으로 격추됐다"면서 "이 일을 수행한 우리 조종사들의 노고를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난 1일 "지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빨리 풍선을 내릴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풍선이 육지 위에 떠있는 때 격추할 경우 잔해 추락에 따른 사상자 발생을 우려해 상황을 지켜보다가 풍선이 동해안으로 이동하자 추락에 따른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격추에 나섰다.

중국은 즉각 미국의 대응에 항의했다. 5일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민간 무인 비행선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에 강력한 불만과 항의를 표명한다"면서 "중국은 비행선이 민간용이며 불가항력으로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미국에 거듭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 과잉 반응하고 국제관행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하고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풍선의 격추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은 조치 후 중국 측에 미국은 이 같은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중국은 이 풍선이 정찰용이 아닌 민간의 기상연구용 비행체라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하루 전에도 "해당 비행체는 민간이 발사한 것으로 기상학과 같은 과학 연구에 사용된다"며 "서풍의 영향과 자체 통제 능력의 한계로 비행체가 예정된 항로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찰 풍선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중국의 공격적 정보 수집 작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서 처음 관측된 이 풍선은 30일 캐나다 영공으로 넘어갔다가 31일 다시 미국 아이다호 북부 상공으로 진입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머물다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했다. 정찰 풍선이 미국의 핵심 군사시설을 지나온 만큼 미국 당국은 중국이 자국의 군사시설을 염탐하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이 정찰 풍선 발견 후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계획 취소 발표 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상공 등장은 "무책임한 행위이자 미국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중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 계획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미·중이 양국 간 갈등 해소를 향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 등장으로 미국 의회 내에서 반중 감정이 격화하고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도 연기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물론 중국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결정을 했겠지만, 핵보유국이 다른 나라의 정찰 비행체를 격추한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아마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다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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