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센서는 2019년부터 IMO(국제해사기구)협약에 따라 전세계 모든 선박에 의무화된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BWMS)'에 설치되는 장치다. 선박들은 부력·균형 유지를 위해 화물선적량에 따라 배 측면·바닥에 바닷물을 주입·배출하는데, BWMS는 이 바닷물의 미생물·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TRO센서는 BWMS 중 60%에 해당하는 산화제 활용 BWMS들이 적정량의 산화제를 사용하는지 모니터링한다. 또다른 해양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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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기업 단점 적극적 공략…"전세계 신규발주량 70% 확보"━
박용석 워터핀 대표(52)는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봤다"며 "선박 장비들은 수리가 어려워 내구성이 중요하고, 전문인력 부족으로 유지보수가 쉬워야 한다는 점을 공략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더해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2년여간 유럽의 어마퍼스트,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BWMS 점유율 6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 3곳과 실증평가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이들은 자사의 신규 선박용 BWMS에 전량 워터핀의 TRO센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BWMS 제조 3사가 계약한 물량은 연간 2000여대다.
박 대표는 "전세계 신규 선박에 장착되는 TRO센서 규모는 연 2500대 이상으로 이중 70% 수준을 가져온 셈"이라며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워터핀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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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네트워크로 시장공략…수요처들 "더 사고 싶다"━
그렇다고 손쉽게 시장에 진입한 것은 아니었다. 독점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그만큼 높은 완성도와 기술력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사실 어떤 샘플을 요구할 때는 좀 미루고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속도가 생명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창업 후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대목이다.
워터핀의 TRO센서를 받아본 BWMS 제조사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어마퍼스트사의 경우 LNG선 등 방폭형 선박의 TRO센서까지 추가 구매의사를 밝혔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 지원 대상 기업으로 원터핀을 선정, 주관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억원의 R&D(연구개발) 비용과 기술 멘토링 등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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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 성장…"센서 국산화에 기여할 것"━
TRO센서 교체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센서 사업을 정수장, 수영장, 하수처리장 등 '육상수' 처리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알고리즘만 바꾸면 육상수 분야의 센서로도 바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상수까지 하고나면 센서 분야 포트폴리오를 늘려갈 것"이라며 "대부분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각 분야의 센서들을 기술력으로 국산하고 해양·수질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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