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TSMC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앞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TSMC의 미국산 반도체를 넣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쿡 CEO는 "많은 사람의 노력 덕분에 이 반도체들은 자랑스럽게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라는 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다. 오늘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애플 최대 협력 업체인 TSMC는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에서 공급했는데, 이제 미국 공장이 설립되는 만큼 애플이 미국산 TSMC 반도체를 쓰겠다는 것이다.
TSMC는 이날 기공식이 열린 제1공장에서 오는 2024년에 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 제품을, 2공장에서 2026년부터 3나노미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공장 투자 규모를 1공장(120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늘린 400억 달러(약 52조8400억원)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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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바람 얼마나 이뤄졌나? "TSMC '대만 거점' 원칙 안 버렸다"━
하지만 TSMC가 대만에 거점을 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 현지 공장이 여전히 핵심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투자는 '상징적인 의미'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일부에선 TSMC 미국 공장과 대만 공장의 공정 수준과 생산량을 비교하며 "TSMC의 새로운 공장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TSMC는 미국 공장에서 오는 2024년과 2026년부터 각각 4나노미터, 3나노미터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고 했는데, 그때가 되면 이런 칩들은 최소 2세대 뒤처진 기술이 될 것"이라며 "대만에서는 이미 3나노미터 생산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TSMC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대만 현지 공장 총 7곳에서 3나노미터 양산을 시작했고, 오는 2025년에는 공장 4곳에서 2나노미터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기 전 대만에서는 차기 기술인 2나노미터 제품까지 생산되는 것으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라는 미국 행정부의 목표와는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생산량도 크게 차이가 난다. TSMC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만 주요 지역에 새로운 공장 여러 개를 설립해 현지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한 상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리조나 공장 2개가 모두 가동돼도 대만 현지 총생산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에서 월 최대 10만개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 애리조나 공장 2곳의 생산량은 합쳐도 월 5만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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