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밝혀낸 강제징용 韓유해...남태평양서 3년째 봉환 막혔다

머니투데이 원주(강원)=김인한 기자 | 2022.09.20 17:00

[죽은영혼 달래는 DNA 과학기술]
美·日 2차 세계대전 당시 '타라와 전투'
DNA 기술 통해 韓 강제징용 피해 파악
46번 유골, 유가족 DNA와 99.99% 일치

국가기록원이 2013년 3.1절을 맞아 공개한 사진. 일제에 의해 남태평양 타라와섬으로 끌려가 부상당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 사진=국가기록원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수도 타라와에서 발견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유해가 3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라와는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이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국내 연구기관이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일본의 입장을 DNA(유전자 정보) 분석기술로 뒤집었지만, 키리바시의 국경 봉쇄와 외교 역량 부재로 봉환이 미뤄지고 있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9년 10일 '타라와 46'번으로 불리던 유골을 한국인 최병연 씨라고 판명했다. 그 이후 한미일 3국이 DNA 분석을 재차 실시했고 모두 해당 유골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도 2020년 유골 봉환을 추진했지만, 키리바시가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해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타라와를 수도로 하는 키리바시는 미국의 하와이와 호주 중간 지점에 위치한 남태평양 섬나라다. 타라와 전투는 1943년 타라와섬을 강제 점거하던 일본군에 맞서 미군이 상륙작전을 벌였던 전쟁이다. 총 60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다. 추후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문건에 따르면 일본군 4500명 중 3000명 이상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도 약 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키리바시의 수도 타라와 위치. / 사진=구글 어스(Google Earth)

이 전쟁에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가 포함됐는지 여부는 전후 수십년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DPAA가 2008년부터 자국의 비영리기관과 묘지 식별부터 유해 발굴, 분석 작업 등을 실시했다. 분석 과정에서 아시아계 유골이 대거 발견되기 시작했다.


DPAA에서 일하던 한국계 진주연 박사가 이를 알려오면서 2017년 정부도 과거사 조사일환으로 현장 감식과 DNA 분석을 시작했다. 일본도 DNA 분석을 실시했다.

당시 한미일 3국은 아시아계 유해 중 DNA 분석이 가능한 145구의 유해를 삼등분했다. 3국의 데이터를 비교해 이견이 없으면 각국의 데이터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정부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로 추정되는 유가족 184명의 DNA를 확보해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타라와 46번 유골과 유가족 최금수 씨 DNA가 99.999% 일치한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이를 통해 해당 유골이 고(故) 최병연 씨로 확인됐다. 한미일 3국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고인은 1942년 당시 24살로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타라와에 끌려가 이듬해 전투에서 희생됐다. 현재 두 아들 모두 80대를 넘어선 고령으로 유해 봉환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정부도 국경을 봉쇄한 키리바시와 접촉해 유해 봉환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라면서도 "유가족 DNA를 추가 확보해 한국인 강제징용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DNA를 대조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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