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탄소중립"…화석연료의 역습[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 2022.07.07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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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 전쟁없는세상, 청년기후긴급행동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금융기관의 러시아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는 전쟁과 기후변화에 대항해 러시아의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은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투자 중단과 함께 탈석탄 선언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특히 국내 금융기관 중 미래에셋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국민연금이 러시아 화석연료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4.6/뉴스1
화석연료의 역습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석탄을 비롯해 석유, LNG(액화천연가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발했다. 인플레이션은 가구의 실질구매력을 끌어내린다. 버는 돈은 뻔한데 나가는 돈이 늘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했던 화석연료가 우리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화석연료의 역습은 탄소중립이라는 레짐(Regime)에 대한 반작용이다. 레짐은 권력을 동반한 체제를 뜻한다. 권력은 재원의 분배, 규율을 통한 강제성으로 유지된다. 탄소중립으로 향한 여정을 위해 화석연료는 타파해야 할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 구 체제)인 셈이다. 인류는 화석연료에 '기후위기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순차적으로 돈줄까지 끊었다. 석탄 관련 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탄광개발은 멈췄고 석탄발전소들도 하나 둘씩 퇴출됐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화석연료로부터 드디어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젖었다.

결국 환상일 뿐이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일상이 제 모습을 찾아가면서 에너지 수요가 다시 급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으로 향하던 천연가스관이 잠기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발생했다. 수요와 공급 모두 문제가 생긴 탓에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매주 발표하는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넷째주 유연탄 주간 평균 가격은 톤당 390.76달러였다. 이는 전주보다 47.18달러(13.7%) 오른 수치다. 지난해 평균가격인 127.14달러의 3배가 넘고, 2년 전(61.58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뛰었다. 북반구가 본격적인 여름철에 들어선 만큼 발전 수요 증가로 유연탄 가격은 더욱 뛸 것이다.

대안으로 여겨졌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특유의 간헐성 문제로 기저전원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탄소중립에 앞장섰던 재생에너지 왕국 독일이 다시 석탄발전기를 켜는 이유다. 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떨어진다면 퇴역한 석탄화력발전기를 다시 켤 예정이다. 무조건 석탄발전을 막을 수도 없다. 여전히 국내 발전량의 40%는 석탄화력에 쏠려있다. 저개발국의 경우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의 가성비가 월등하다. 차라리 석탄발전 관련 탄소중립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암모니아 혼소, 이산화탄소 포집(CSS)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석유나 LNG도 마찬가지다. 외면이 정답이 아니다.


아직은 화석연료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다. 아무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늘더라도 인류의 에너지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짧은 기간 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필요하다면 화석연료도 유의미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은 낙인부터 지워야 한다. 당분간 함께 가야 할 에너지원으로 대우를 해줘야 한다. 화석연료를 무조건 '악당' 취급하다간 또다시 카운터 펀치를 맞을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 공정한 전환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뭐든지 과하면 덜함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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