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석탄이 돌아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2.06.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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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돌아오고 있다. 독일은 최근 가스부족에 따른 에너지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상태로 놓아두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키로 결정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녹색당 출신 로베르트 하벡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현재 상황에서는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이야기했다.

비상사태 대비용이라는 명분하에 유휴상태로 관리되던 10GW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독일의 석탄화력발전소 시설용량은 기존 31.4GW에서 30% 확대된 41GW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독일과 인접한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역시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2020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를 다시 가동키로 했고 네덜란드의 경우 시설용량의 35%까지만 발전토록 법률로 규제하던 제한을 앞으로 2년간 폐지키로 했다.



독일의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비상사태 대비라는 명분하에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기상태로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극도의 비상상황에서 가동할 수 있도록 석탄 생산지역 인근 발전소들을 비용을 지급하며 유지했기에 정비와 석탄보급이 마무리되는 10월1일부터 전력수요에 맞춰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 믹스 변화의 이면에는 전체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나름의 준비와 대비가 있었던 것이다.

서유럽 국가에서 다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가격폭등을 넘어 물량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기후변화 노력의 후퇴 내지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 독일의 경우 당초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한다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고 재가동한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의 가스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폐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의 입장변화는 에너지 믹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전력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렇게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을 가리켜 에너지 믹스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원별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반응성이 좋지만 비싼 천연가스의 단점을 보충해주는 것이 오염물질은 많이 배출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석탄인 것이다. 각 에너지원이 가지고 있는 단점과 장점을 조합해 전체적으로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에너지 믹스다. 에너지 믹스의 다른 목적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이다. 특정 에너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과도하게 석탄에 의존하는 것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급속히 석탄을 퇴출하는 것 역시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기후변화 대응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와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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