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의 대형 사모펀드인 PAG그룹의 웨이젠 산(Weijian Shan) 대표가 한 영상회의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제로 코로나 등 중국공산당의 정책이 중국을 세계 경제위기 수준으로 몰락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 대표는 영상에서 "현재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중 최악의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주식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3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중국 대중의 불만은 지난 30년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산 대표는 중국 국영 철강업체 바오산 철강·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레노버·홍콩 중국은행 등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올해 초 알리바바바 이사회 독립이사로 임명된 중국·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베테랑 금융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금융중심지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해 '절반 마비' 됐다며 "현재 중국은 우리에게 2008년(금융위기)의 미국과 유럽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도 불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주택 버블(거품)이 터져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상품 가격이 폭락하고, 관련 대출 회수가 불가능해지면서 대규모 투자은행(IB)들이 줄도산해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던 사건이다.
산 대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성장과 시장 잠재력을 확신하고 있지만, 현재는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자신이 운용하는 500억달러(약 63조4500억원) 이상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중국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에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중국 비중을 이미 상당 부분 줄였고,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기조로 앞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FT는 산 대표의 이런 공개적인 발언은 많은 기업이 중국의 각종 규제에 부딪혀 금융업계가 중국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화권에 기반을 둔 유명 인사가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 비판 발언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중국공산당이 정치선전 활동을 통해 당을 향한 비판 여론을 엄격히 통제하고, 그에 따른 처벌 수위도 점차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발언이 공개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유지를 위한 중국공산당 행보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글로벌 IB 9곳(노무라·뱅크오브아메리카·UBS·바클레이스·골드만삭스·알리안츠·JP모간·모간스탠리·씨티)의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중국 당국의 목표치(5.5%)보다 크게 밑돈 4.5%였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3.9%를 제시해 글로벌 IB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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