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끼 투자' 피해 막을 '홀딩스 안전망' 구축 ━
DGIST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교수나 학생들이 어렵게 연구한 기술로 창업을 하면 일부 VC(벤처캐피털)들이 소액의 '미끼 투자'로 접근해 지분을 뺏고 창업자 뜻을 무시한 채 다른 기업에 처분하는 등 적잖은 피해를 입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며 "교내 창업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를 때까지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판단으로 홀딩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DGIST 홀딩스는 교내 기술창업 기업들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직간접 투자, 기술 고도화 등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위 관계자는 "내부 연구조직을 기반으로 기술이전뿐 아니라 고도화된 기술·시장환경 분석 등 액셀러레이터 기능도 더해 외부 VC 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 홀딩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교내 교수·학생창업의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2004년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한 DGIST는 미래자동차, 지능형로봇, 에너지, 신물질, 바이오, 뇌공학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녔다.
━
KIST 홀딩스 설립 초읽기…원자력·생명연도 가세할 듯━
DGIST와 KIST 외에 원자력연과 생명연도 홀딩스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연은 최근 콜마B&H의 지분을 매각해 988억원의 수입을 거둔 바 있다. 이 자금을 홀딩스 설립 및 투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콜마B&H는 원자력연이 2004년 기술출자 방식으로 설립한 연구소기업이다.
생명연은 BT(바이오기술)에 특화된 창업보육센터인 바이오벤처센터를 운영하며 연구원 창업기업, 생명연 출신 기업 등 총 16개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생명연을 통해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창업보육 지원을 받은 기업이 지금까지 총 1248곳에 이르는 만큼 홀딩스를 통한 출자수익 확보와 바이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대 비상장기업) 배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
홀딩스 설립, '창업 촉진' vs '기관 리스크' 확대 두 가지 시선━
홀딩스 설립 취지대로 투자 대상을 '원내 기술로 창업한 기업'으로 국한할 경우, 수익성 악화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ETRI 홀딩스도 최근 투자범위를 외부로 넓혀 다른 공공기관 창업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면서 "1년에 창업 건수가 많아야 10개 안팎인 출연연일 경우, 외부 투자도 함께 겸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기관 내부에 기술이전·사업화 및 창업 지원 등을 맡아온 조직과도 일부 역할이 겹쳐 중복 행정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출자한 '한국과학기술지주'와 4대 과학기술원이 함께 세운 '미래과학기술지주'의 입지는 앞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기관들이 홀딩스 설립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로 당초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취지가 희석되고 사업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