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는 한국계 여성 뮤지션의 에세이집. 지난해 출간돼 미국 서점가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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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한 부분"━
책 제목이자, 이야기의 중심은 H마트다. 이곳은 자우너의 정체성에 꼭 들어맞는 상징성을 지닌다. 한국계 2세로 미국에 사는 이질감과 경계인이란 점이 어색하지 않은 곳. '트레이더 조'는 미국에서 보편적인, 미국적인 식재료 전문점(그로서리)인데 자우너는 H마트가 트레이더 조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보통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H마트는 주변에 가지각색의 아시아 상점과 식당이 생겨나, 아시아인들에게 일종의 부도심 역할을 한다. H마트에 들어서면 식당가와 전자제품 매장과 약국이 보인다. 어김없이 화장품 코너가 있는데..."
H마트에 대한 묘사 중에는 미국 웬만한 H마트에 입점해 있는 "유사 프랑스 빵집"도 등장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바게트' 빵집 말이다. 자우너는 이곳에 대해 "묽게 내린 커피와 버블티와 각양각색의 빵을 판다"며 "진열대 위의 빵들은 실제보다 더 맛있어 보인다"고 썼다.
그런 H마트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사실상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집합체다. 음식에 얽힌,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추억담이란 면에서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나 영화 '줄리 & 줄리아'를 떠올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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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는 것은 트레이더조 매장에는 없다." ━
이 설명은 간결하면서 음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재료는 무엇이고, 그게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자랑하기보단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으면서 느낄 법한 스토리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한식을 세계에 소개할 때 정부가 참고해도 좋겠다.
"내 생일날엔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미역국은 한국에서 산후조리중인 산모들에게 권장하는, 영양소가 풍부한 해초 스프인데 한국에서는 생일날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걸 먹는 전통이 있다."
"한국식 중국 음식점...탕수육-반들반들하고 새콤달콤한 오렌지빛 소스에 버무린 돼지고기 튀김"
그렇다고 음식 얘기만 가득찬 코리안푸드 소개서는 아니다. 자우너는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기까지 어머니와 얼마나 깊은 유대를 가졌는지 썼다. 어머니의 암 소식, 항암 투병의 길고 힘겨운 과정, 결국 어머니가 집 침대에서 운명을 달리하고 고인에게 옷을 입혀 장례를 치르기까지 썼다.
말투는 담담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편이다. 국내에도 작가를 겸하는 뮤지션이 적잖다. 자우너처럼 세심한 관찰력과 뛰어난 기억력은 그 이질적인 두 전문영역을 관통하는 요소가 아닐까.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서평이다.
"책 한 권이 단번에 우리를 스낵코너로 끌고 가 이내 엉엉 울게 만들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 미셸 자우너가 음식을 한입 깨물어 먹을 때마다 온갖 추억이 피어 오른다."
◇H마트에서 울다 (원제: Crying in H-Mart)/ 미셸 자우너(지음) 정혜윤(번역)/ 문학동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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