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과 인상적인 이틀을 보냈으나 다른 길 택해야 할때도 있다”며 “여러가지 옵션이 있었으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북한과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은 지난 27일 단독 회담중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 모습. (C) 로이터=뉴스1
9일 대선으로 대한민국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의 앞에 난제가 겹겹인데 외교도 그렇다. 좋든 싫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반도외교는 숙명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외교사에 중요한 기점이 돼 버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평가해야 한다.
더 잘 할 수는 없었나대표저자는 라종일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그는 김대중정부이던 1998년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을 지냈다. 그와 함께 북한 출신 김동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원, 이영종 전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이 함께 썼다. 이들은 2017년 초 한반도 긴장 국면부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2018) 및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까지 다룬다.
독자들이 가장 뼈아프게 꼽을 대목은 하노이 노딜의 후폭풍을 설명하는 장면일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챕터 제목을 '대파국'으로 명명했다.
여기서는 외신과 익명 소식통을 인용, 하노이 회담 실무를 맡은 북한의 외교라인 인사들이 좌천 또는 숙청됐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면서도 "회담 실패 때문에 가장 큰 처벌을 받은 것은 북한의 외교 종사자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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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한 보복을 당한 것은 남한 당국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정책이었다."(123쪽)
실제로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의 훈풍을 잊은 듯 거센 막말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말폭탄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북한은 개성에 지었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 해체해버렸다. 남한이 174억여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통화를 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오후 6시50분부터 25분 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결과 및 평가를 공유하는 한편, 후속 대책을 위한 한미간 공조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가졌다"고 전했다.(청와대 제공) 2019.2.28/뉴스1
그러나 북한과 미국 모두 남한의 협상참여에는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는 '협상'을 통해 '평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챙겼어야 하는데 협상 성사 그 자체만 목표로 두지 않았냐는 거다.
"우리는 이런 바람을 실현할 힘도 지위도 없이 회담의 성사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91쪽)
김정은의 비핵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장받지 못하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만 강조한 것도 꼬집었다. 북한의 변화보다는 북한을 보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변화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이런 평가는 모두 북미 협상 결과가 좋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론일지 모른다.
상당한 양의 팩트와 배경설명이 외신이나 미국측 관계자들의 회고록에 의존한 것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저자들은 '우리의 기록'을 내세웠지만 책의 여러 부분에는 드러난 사실의 이면과 그 의미에 대해 "~이었을 것이다" "~된 걸로 보인다" 등의 추측을 담았다.
독자에 따라서는 책의 주제를 "거 봐, 내가 뭐랬어. 실패할 줄 알았어"인 걸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난 5년보다 냉철하게 남북관계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의 길 - 엇갈린 남·북·미의 선택/ 라종일,김동수,이영종/ 파람북/ 1만4500원
/사진=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