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도 방사선도 아니었다…암세포 '싹둑' 자른 유전자가위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2.02.26 12:00

암세포 돌연변이 'DNA 이중나선' 잘라내
동물실험 입증, 임상시험까진 시간 걸릴 듯


인간은 암과의 전쟁에서 무력했다. 의과학자들이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 정복에 나섰지만, 그럴수록 암은 돌연변이를 만들어 몸속 깊이 침투했다.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려는 치료법은 도리어 항암제 내성을 만들거나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일을 초래했다.

25일 과학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기존 암 치료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만들었다. '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 DNA 이중나선을 골라 잘라낸 것이다. 이 기술은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특정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마우스 동물실험을 통해 유전자 가위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켰고, 이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다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非)임상 시험이었던 만큼,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3상 시험에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먼저 생물정보학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정상세포에선 발견되지 않는 암 세포주(유방암, 결장암, 백혈병, 교모세포종) 고유의 'InDel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InDel 돌연변이만을 특이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이 기술에 '신델라'(Cancer specific InDeL Attack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 InDel 돌연변이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제작했다. 유전자가위를 동물실험에서 활용할 결과 InDel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많이 절단할수록 암세포 사멸 효과가 컸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통해 암세포의 성장 억제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모든 암 형성 과정에서 공통으로 생성되는 InDel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잘라 암세포만을 골라 사멸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기술이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이 없고, 모든 암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명경재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장은 "현재 신델라 기술로 실제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세포를 치료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술 효율성 제고와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nDel 돌연변이만을 특이적으로 제거하는 개념도. / 사진=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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