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에 위치한 2층 컨테이너 건물. A동 1층 철문을 열자 자줏빛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아래 녹색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약용 작물 재배 연구동이다.
컨테이너 한켠엔 편의점 냉장고처럼 생긴 '약용 작물 발아 인큐베이터'가 있고, 바로 옆 벽면 은색 철제함 속엔 '약용 작물 생육 데이터 서버'가 작동 중이다. 인큐베이터 안엔 5000점의 '승마'가 인공 재배되고 있었다. 여성 갱년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 에스트로겐활성체를 다량 보유한 약용 작물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재홍 굿팜즈 대표이사는 "컨테이너 내외부 장비들과 2층 사무실에서 쓰는 '약용작물 생육 관제 소프트웨어'까지 다 포함해서 '한의약 스마트팜 통합 플랫폼'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내부 육묘용 시스템 전체 온도는 17도로 세팅돼 있는데 실제로 입구 쪽 온도는 16도, 온풍기 바로 밑엔 17.5도 정도 나온다"면서 "이런 편차를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고도화해서 0.1도 수준으로 낮추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용 작물의 90%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요소수 파동'처럼 중국에서 식물성 약재 수출을 막아버리면 생약제제 공급 대란을 맞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존 스마트팜 농가는 시설재배에 성공한 오이, 딸기, 파프리카, 엽채류 등 한정된 작물만을 키우다 보니 해당 작물의 과량생산으로 이어져 제값을 못받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2000평 규모를 기준으로 초기 투자비·관리비로 13억원 정도 드는 데 인건비 빼고 잘해야 평당 4만원의 연간 순수익이 나오면 적자가 뻔한 데 누가 하려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설 재배 작물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고, 관련한 생육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에 굿팜즈는 한의약진흥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울주군, 울산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국내 수요가 많은 40종의 약용 작물을 선정, 국산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굿팜즈가 40여종의 국산 종자 약재들에 대한 생육 정보를 취득하고.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KISTI가 표준데이터화 작업을 진행해 울주군 스마트 단지에 보급하는 형태다.
울산 지역 대표적인 시스템통합(SI)업체인 엔정보기술의 자회사인 굿팜즈는 SW 개발 역량을 토대로 작년 11월부터 데이터팜 사업을 본격화했다. 데이터팜은 작황·기상 등 농업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AI(인공지능)가 분석해 파종과 수확, 농약 살포 등과 관련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농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시설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스마트팜 사업을 단순히 기계, 작물 생산 시스템 판매가 아닌 데이터 중심 사업으로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각 차이와 접근 방식이 타업체와의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굿팜즈는 오는 2023년부터 '분양형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해 귀농·귀촌을 원하는 예비·청년농부들에게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준비 중이다. 500만원에서 1억원대의 투자로 스마트팜을 분양하고 이에 대한 관리 일체는 굿팜즈가 위탁 운용하는 형태다. 대신 예비·청년농부들은 농작물 판매 수익을 배당받는다.
김 대표는 "2층엔 샐러드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할 있는 '스토어팜', 주말농장, 청년 도시농업인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라이프팜', 노인 요양시설 등에서 정신 치유 프로그램 용도로 활용하는 '실버팜' 등 다양한 형태로 분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상 KISTI 부산울산빅데이터지능화연구센터 데이터팜 팀장은 "분양형 스마트팜은 수익도 수익이지만 더 넓은 지역에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며 "지역별로 모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표준화하는 등 실증화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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