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국물 한방울도 안 흘려요…특수 바퀴 단 배달로봇, 계단 올랐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1.11.18 17:17

[스타트UP스토리]현대차 사내벤처 '모빈', 장애물 극복 배달로봇 개발…"2023년 라스트마일 물류시대 열 것"

배달로봇이 계단을 주저없이 성큼성큼 오른다. 앞으로 쏠릴 것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수평을 곧잘 맞춘다. 문 앞에 이르러선 편의점 도시락을 내뱉듯 내려놓고 다른 층으로 이동한다. 대부분 배달로봇이 1층 현관 앞에서 주문자를 기다리지만, 이 로봇은 비상계단을 이용해 오르고 내린다. 또 한번에 여러 개 주문을 처리한다.

배달로봇은 그저 잘 달리고 주소만 잘 찾아가면 되는 줄 알았다. 최진 연구원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현대자동차 사내벤처 모빈(Mobinn)의 대표다. 최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사가 배달 운용 지역을 평지로 한정해 제한된 공간에서 배달이 가능하다면, 우리 로봇은 지역 구분 없이 어디든 다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모빈에서 일하는 조선명 연구원, 최진 연구원(대표), 정훈 연구원/사진=이기범 기자
도심을 종횡무진 누빌 배달로봇의 개발 조건은 까다롭기 그지 없다. 가장 곤욕스러운 건 장애물. 4발로 걷는 4족 보행로봇과 요구르트 아줌마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의 축소판 등 다양한 형태의 배달로봇이 개발되고 있지만, 도시에서 언제나 마주할 수 있는 높은 계단, 좁고 비탈진 보도, 울퉁불퉁한 들길, 인도 경사로에 주차금지를 알리는 경고판, 그리고 도로 가장자리에 서 있는 불법주차 차량까지, 로봇에게 도시의 길은 정글과도 같다. 모빈은 이런 도시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장애물 극복 배달로봇을 개발했다.

비결은 고무 재질로 형상이 구부러졌다가 다시 펴지는 식의 바퀴다. 이는 누구나 이전부터 상상해 왔던 것이고 만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최 연구원이 이 아이디어를 들고 지난 2018년 사내 스타트업 선발대회에 도전했을 때 현대차 임원들은 혀를 찼다고 한다. 채점표엔 '현실성 결여'라는 이유가 적혔다. 매년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실제로 구현한 팀은 없었다는 게 심사평이다.

최 연구원은 세그웨어에 플렉서블 휠을 달고 처음 계단을 오르는 실험을 했던 날을 떠올렸다. " 안전장치라고 해봐야 공사장 안전모가 전부였던 탓에 굉장히 무서웠어요. 자꾸 넘어지는 게 창피해서 아무도 없는 새벽에만 실험을 했죠. 그러다 점차 자신감이 생겨서 낮에도 나오고 아파트도 가보고 했습니다."

로봇 적재함은 10가지 이상의 설계가 이뤄질 정도로 개발과정이 험난했다. 바퀴와 몸통을 4개의 연결축으로 잇는 4절 링크를 달아보기도 했는 데 구조가 복잡해지는데다 4개의 모터값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종 형태로 적재함을 매다는 설계를 적용했다. 이러면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유도하면서 수평 유지가 가능하다. 중력을 이용하므로 별도의 동력장치를 달지 않아도 된다. 짜장, 짬뽕을 배달해도 그릇 밖으로 절대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의 수평 상태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로봇은 이런 기능을 응용해 제품을 문 앞에 슬라이딩 하듯 내려놓는 기능도 지원한다. 이는 '적재물 자동전달 기술'이라고 명명돼 특허 출원됐다. 한국 소비자들 대부분 택배·배달을 시켜놓고 집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반면, 일반 배달로봇은 소비자가 집에 없을 경우 적재물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우두커니 서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하층 1~2번으로 분리된 적재함은 각각 다른 호수의 가정에 동시 배달도 가능하다. 시중에 파는 치킨상자 12개를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최 연구진은 개발 이전 단계에 실제 배달라이더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과 배달원 7~8명 등과 인터뷰하며 배달 시 필요한 내용을 기록해 기능으로 녹여냈다.

"현재 시중에 선보인 배달로봇 대부분은 주문자가 아파트 출입문까지 나와 픽업을 해야 하는데 로봇배달 서비스가 유인배달 서비스와 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는 로봇배달인지 유인배달인지 몰라야 합니다. 로봇배달로 오히려 불편이 많아지면 누가 쓰려 하겠어요. 아쉽게도 지금의 배달로봇들은 소비자들에게 이런 불편을 주고 있죠. 그러면 배달로봇이 확산될 수 없습니다."


최 대표는 내년 독립 분사한 뒤 8월쯤 POC(기술검증)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배달로봇들의 POC와 다른 점이라면 험난한 장소를 택했다는 것. 모빈은 10년 이상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모빈이 개발한 장애물 극복 배달로봇 테스트 장면/사진=모빈
최 대표에 따르면 지금의 배달로봇들이 테스트를 받는 곳은 주로 평지로 이뤄진 대학 캠퍼스나 공원형 아파트에 한정됐다. 인도와 회전 경사도가 모두 좁고 지상에 주차장이 설치된 10년 이상의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면 난도를 논할 수준이 못된다는 설명이다.

"전국 1만6000개 아파트단지 중 75%(약 1만2000개)가 10년 이상의 아파트 단지로 인도와 차도가 혼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죠. 이런 곳에서 테스트를 해야 진짜 배달로봇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POC를 잘 마치면 2023년부턴 터 실질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겁니다."

모빈은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을 허브로 삼아 본격적인 배달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택배·배달차와 주민간 갈등이 첨예한 단지를 중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소음, 아이들과의 충돌 위험 등으로 항상 불안한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게 될 겁니다".

모빈은 멀티카메라와 2D 라이다를 결합한 저렴한 자율주행 기능과 간단한 구조로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라스트마일(유통업체 상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전 과정)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9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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