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원 유족 "인정과 존중을"…총장 "조직문화 반성, 전직원교육"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1.08.05 12:55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연명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력 확충과 서울시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 처우 개선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기숙사 근무 중 사망한 청소노동자 유족과 만남을 갖고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TF(태스크포스)를 마련했다"며 "전직원에 직장 내 괴롭힘 교육도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 행정관 대회의실에서는 오 총장 주재로 유족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6월26일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사망한 지 40일 만이다. 오 총장은 지난 2일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오 총장은 "이번 일로 피해 입은 유족과 근로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위로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입장문에서도 밝혔듯 앞으로 우리 대학은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의 행정지도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TF를 조성했다"며 "서울대 전체 조직문화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교육도 지시해 전체적인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씨 남편이자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인 이홍구씨는 "이 자리가 소나기가 지나가길 피해 보자는 느낌의 자리가 아니길 바란다"며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뒤 가족이 평생 고통을 짊어지고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리가 조금 더 빨리 마련됐다면 저희 가정이 우격다짐으로 뭔가 얻어내려고 하는 불쌍한 사람들로 비쳐지지 않았을텐데 조사결과를 기다리느라 2차 가해의 아픔을 느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갑질을 조사하겠다고 하니 더이상 2차 가해는 없겠구나 안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청소노동자)도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되고 싶다"며 "현장 노동자와 행정직간 최소한의 예절과 존중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내와 함께 일했던 근로자들이 용기 내 증언해주셨다"며 "학교가 그분들이 정년 때까지 어떤 불이익 없이 학교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고 했다.


이에 오 총장은 "같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회가 서울대에 바라는 것도 타인에 대한 존중문화인데 우리가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을테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처우개선 마련해야"…대책마련 요구에 8000여명 연서명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연명서 전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력 확충과 서울시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 처우 개선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간담회 시작 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노조와 학생들이 인력 확충과 생활임금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과 민주노총 서울대시설분회는 "총장은 청소노동자 이씨가 사망한 지 38일 만에 공식 사과했으나 이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형식적인 퍼포먼스가 아닌 인력 확충과 서울시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노사 공동조사단 구성 △책임자 징계 △인력충원을 비롯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아 이날 오 총장에 직접 전달했다. 연서명에는 312개 단체, 8305명이 참여했다.

이씨는 지난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이씨가 정원이 196명인 기숙사 건물 관리를 홀로 담당했고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강요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필기시험과 회의용 복장을 강요당한 건 직장 내 괴롬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대 측에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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