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통일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 담화와 관련,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 당국에 의해 결정될 사안"(국방부)이나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으로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통일부)처럼 기본 입장을 고수했다.
김 부부장의 562글자 분량 담화(본문 기준·공백 제외)에 이날 "군통수권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하다"(최재형 전 감사원장)며 야권이 격렬하게 반발한 것과 대조적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국방부) , "남북 간 다양한 현안 논의"(통일부) 등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당일 기대섞인 반응을 내놨던 때와 비교하면 정부 부처가 침묵에 들어간 격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훈련 중단 요구는 문재인 정부에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훈련을 당초 계획대로 10일 시작하면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되살아난 '대화 모멘텀'이 날아갈 수 있고 훈련을 취소할 경우 김여정 부부장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김 부부장 담화의 민감성으로 인해 국방·통일 부처도 '교과서식 답변' 외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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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도 통일부도 '노 코멘트'━
다만 이런 훈련 방식과 곤련해선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서 시기,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는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 "특별히 논평할 것 없다"면서도 "통일부는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왔다"고 했다. '지혜롭고 유연한 대응'은 통일부가 한미훈련과 관련해 유지해온 노선이다. 다만 지난달 30일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합훈련의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 이인영 장관은 남북 관계의 경색에도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반복적으로 천명하는 등 대북 관계가 추가로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듯한 구상을 거듭 발표해 왔다. 실현성 여부와 별개였다. 통신선 복원이 이뤄지기 3개월 전인 지난 4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처음으로 대북 쌀 지원을 시작하면서 '순수한 동포애 정신'을 살린 인도적 협력을 주문했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훈련 예정시기인 8월 중순까지 남은 일정이 빠듯하고 훈련이 한미 합의 사안임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훈련 중단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대남 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그간 행보를 둘러싼 야권의 불만이 쌓이면서 이번 담화문을 계기로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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