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과 바이오, 이재용 재판의 두가지 쟁점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1.03.12 06:00

[선임기자가 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 부회장은 재수감됐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합병과 회계' 이 두가지의 적정성 여부.

5개월만에 다시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의 삼성 임원에 대한 자본시장법 및 외감법 위반 혐의 재판의 쟁점이다. 2차 공판 준비기일인 11일에도 검찰은 이 두가지 쟁점에 대해 범죄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맞섰다.

◇불공정 합병?...합병비율 왜곡·조작 공소사실엔 없다=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관련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받도록 주가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 0.35로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방법을 그대로 따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 정해 놓은 계산법에 따른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 176조의 5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평균종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주가를 산술평균해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비계열사간 30% 범위) 내에서 할증, 할인한 가격에서 합병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다. 주가가 이렇게 조정되도록 왜곡이나 조작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합병 비율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도 "만약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했다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가 되겠지만 이 사건 공소장에는 그러한 공소사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장기간 수사 끝에 합병비율이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의심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밝혀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실질지배력에 변동이 없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담은 자료. 이 자료에서의 핵심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의 보유사실 자체가 아니라, 콜옵션의 행사 가능성 여부다. 이에 따라 지배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2015년 이전에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고, 2015년 이후에는 높아졌다는 게 큰 차이다./자료출처: 서울지방검찰청 보도자료 중.

◇회계부정?…옵션은 '반드시'가 아닌 '선택권'이다=검찰은 이날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한 미국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과 관련한 부채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부실을 해소하고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회계방식을 변경해 투자자산 이익을 부풀렸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정리하면 검찰은 ‘이재용 승계목적→제일모직 합병→바이오로직스 옵션부채 숨기기→옵션부채(1조 8000억원) 반영시→바이오로직스 자본잠식 우려→자본잠식 해소목적 바이오에피스 종속기업투자이익 과다계상(4조 8000억원)→바이오로직스 1조 9000억원 순이익’→'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리화 명분 제공'이라는 큰 틀에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이런 주장은 옵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보인다. 검찰의 주장을 빌자면 먼저 옵션부채가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다가 반영하게 되면서 자본잠식이 생기자 자산을 재평가해 잠식을 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들은 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가능성으로 인해 옵션 행사 가능성이 생기고, 회계기준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을 재평가하게 되고, 대차대조표상의 차변에는 투자이익, 대변에 옵션부채를 동시에 기재하게 됐다는 것이다.
차변에는 자산(윗쪽, 지분법적용 투자주식), 대변에는 부채(아래쪽, 당기순익인식금융부채)가 함께 기록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감사보고서.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찰의 주장처럼 2012년 합병할 당시부터 반영할 계정항목이라면 이는 선택권이 있는 옵션부채가 아니라 그냥 부채다. 옵션은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할 수도 있고,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다. 그 선택의 시점이 2015년말이어서 그 때 회계 기준이 변경된 것이고 부채로 인식하면서 투자이익도 같이 반영한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도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대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고 하지만 삼성바이오 가치가 4배 이상 올랐다. (회계부정이 맞는다면) 시장 참여자가 바보여서 이런 삼성바이오에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오는 25일 시작될 공판에서는 이 두 가지 쟁점과 관련한 주장이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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