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전국민 육아휴직'을 꺼냈다. 일하는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육아휴직을 적용해 출산·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가도 만만하지 않다. 육아휴직을 확대하려면 연간 2600억원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2021년부터 5년 동안 시행할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4차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는 2005년부터 1~3차 기본계획을 통해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지난해 0.92명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은 세계 유일의 0명대 국가가 됐다. 올해 코로나19(COVID-19)가 터지면서 저출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4차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핵심 저출산 타개책은 '일하는 모두의 육아휴직 권리 보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사회안전망 확충 대책으로 밝힌 전국민 고용보험과 궤를 같이 하는 전국민 육아휴직이다.
━
특고·프리랜서도 육아휴직…세금 추가 투입 불가피━
현재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자만 활용할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최대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육아휴직급여를 받는다. 육아휴직급여는 통상임금 대비 첫 3개월은 80%(월 상한액 150만원),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종료일까진 50%(월 상한액 120만원)다.
전국민 육아휴직이 염두에 두고 있는 확대 대상은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다. 이들은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민 육아휴직은 전국민 고용보험 첫 단추 격인 특고 일부 직종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소득 파악이 상대적으로 쉬워 고용보험료를 걷기도 수월한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육아휴직급여는 노동자, 사업주가 고용보험료로 각각 임금의 0.8%씩 내고 조성한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에서 빠져 나간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휴직 확대는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급여의 30%, 세금으로"━
육아휴직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한 모성보호급여에 국가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모성보호급여의 30%를 일반회계가 내야 한다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밀고 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하는 만큼 국민 세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내년 정부 예산안 기준 모성보호급여 소요 재원 1조5915억원 중 일반회계 부담분은 전체의 13.8%인 2200억원이다. 만약 모성보호급여의 30%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법안이 국회를 당장 통과한다면 일반회계 전입금은 2200억원에서 4770억원으로 뛴다. 국민 세금이 2570억원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4차 기본계획은 전국민 육아휴직 외에 △월 10만원 아동수당 확대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신규 공급 △피임 및 임신 중지의 건강보험 급여 포함 등의 저출산 대책을 담았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 고령화는 강도나 속도 모두 어느 시대, 사회에서도 일어난 적 없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라며 "당장의 출생아 수에 급급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국가 체질을 바꿔 나가는 장기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