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 13일 사내 공지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무급휴직을 내년 3월까지 지속한다고 밝혔다. 지난 4~5월 유급휴직을 진행한 뒤 6월부터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무급휴직체제를 4개월 추가 연장하는 것이다. 당초 연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던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불가피하게 꺼내 든 고육책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 32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94.5% 감소한 101억원에 불과하다. 누적적자만 1100억원에 달한다. 주력사업인 패키지(PKG) 여행을 비롯, 해외여행사업 전반이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하나투어의 3분기 패키지 송출객 수는 868명으로 62만명을 보냈던 지난해와 비교해 99.9% 감소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로 1300억원 가량 채워넣은 곳간도 손실만 메우다 동날 지경이다.
하지만 4개월의 무급휴직을 버틴 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현 시점에선 '백신이 차질 없이 상용화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해외여행 사업을 다시 전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2300여명의 급여를 보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유급휴직 전환도 어렵다. 여행업종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직원급여 비용으로만 900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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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곳 없는 여행 종사자들, 연말부터 고비━
하나투어의 이 같은 소식에 '여행 실업대란'이 머지 않았단 경고음이 커진다. 대다수 업체들이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지원 시한을 각각 한 두달 앞둔 노랑풍선과 모두투어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단 분석이다. 그나마 국내여행 사업을 펼치는 하나투어와 달리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무급휴직 중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10% 분담금과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비용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모두투어의 자회사인 자유투어가 영업을 완전 중단하더니 지난달부터 직원 수를 크게 줄이고 나머지 직원들도 전원 휴직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좀비' 상태다. 더 이상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인 만큼, 모두투어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랑풍선도 직판 여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산지사를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는 점에서 이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여파는 국내 여행산업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근간이 되는 종사자들이 모두 이탈하면 코로나 종식 후 글로벌 여행교류가 재개돼도 국내 여행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간접판매 방식의 사업을 벌여온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속해 대리점 형태로 존속해온 소규모 영세 여행사업자나 이 곳에 속한 직원들도 연쇄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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