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수소산업 확산하려면 개인들도 투자할 수 있게 해야”

머니투데이 정리=민동훈 기자, 우경희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 2020.10.28 06:30

[그린뉴딜엑스포]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대담②

편집자주 | 수소는 빠르게 진행되는 '에너지 대전환'의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우주 탄생의 씨앗인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를 움직이며 음식을 조리한다. 말 그대로 '일상의 대혁명'이다. '그린뉴딜'이라는 에너지 전환의 고속도로에 올라탄 대한민국 수소경제가 이제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내달리려 한다. 대한민국은 이 어젠다에서 모처럼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길을 가려 한다.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린뉴딜(수소) 대담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소경제는 현 세대를 넘어 우리 미래세대의 자긍심이 될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일찌감치 수소가 바꿀 세상에 주목했다. 2018년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분야로 수소를 제시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뛰어들 것을 주문했다.

수소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20 그린뉴딜 엑스포’(제2회 대한민국 수소엑스포)가 28일 개최되는 데 앞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국가 수소경제 정책의 틀을 짜고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에너지는 이념이 아니라 미래이자 생존의 문제”이라는데 공감하며 “잘 짜인 계획과 과단성 있는 그린뉴딜 추진을 통해 성과를 이뤄내자”고 밝혔다.



◇ 수소발전 의무화 등 그린수소 인프라 확대 총력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린뉴딜(수소) 대담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성윤모=정부는 발전 분야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서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 도입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보급 의무화(RPS) 제도의 한계가 너무 명확해서 우선 발전 부문에 의무화 도입을 추진키로 한 것입니다. 앞으로 그린수소 판매 의무화, 대형건물 연료전지 의무화 등으로 수소 의무화 제도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는 보급 비용 절감, 생태계 활성화 말고도 그린수소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완벽한 친환경 발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린수소 활용 로드맵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홍선근=반가운 소식입니다. 큰 그림은 신중하고 면밀하면서도 빠르게 그려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요. 아울러 큰 그림이 그려지는 중간에도 반드시 필요한 작은 실행이 동반되면 좋겠습니다. 수소 핵심 인프라인 충전소 확충이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머니투데이가 넥쏘 2대를 운용하는데 금요일 오후에 수소충전을 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성윤모=수소차 보급 속도에 비해 충전소 보급이 생각보다 더뎌 수소경제가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로 수소차 이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수소충전소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정책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충전소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가 함께 관련된 특단의 대책을 고민 중입니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찾아가는 주민설명회 등 정보 전달 위주의 홍보를 추진하고 있으나, 보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을 기획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린뉴딜(수소) 대담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홍선근=아직은 국민들에게 수소 충전소가 생소합니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소올림피아드나 체험형 이동식 홍보관(수소하우스) 같은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함께 이뤄지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몇몇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검토 중인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처럼 수소충전소, 발전소 분야에서도 개인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펀드 운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는 것이 기업에 비해 치고 나가는 힘은 약할테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성윤모=에너지나 인프라 투자는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즉 회임기간이 굉장히 깁니다. 나오는 수입도 나중에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말씀주신 개인투자자들이 과연 얼마나 긴 회임기간을 봐줄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금융기법이 있을 수 있겠지요. 기관투자자들이 길게 투자하고 그걸 개인투자자들이 보완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정적이더라도 역할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홍선근=눈에 확 들어오는 목표가 있으면 힘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내연기관 퇴출 시점에 대한 선언이나 마스터플랜이 발표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미래의 목표가 현재를 좌우하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시점을 정해놓아야 생각과 행동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대안 마련에도 성의를 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사회 여건을 무시한 채 서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부담을 안고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합리적 논의 과정을 거쳐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내기 바랍니다.

▶성윤모=탈내연기관은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적인 추세 등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규모의 경제 달성 및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내연기관도 내수시장 기반이 유지돼야 하기에, 국내 내연기관 종식을 선언할 경우 주력시장 수출경쟁력 상실 및 전국 9000여개의 부품업체 일자리 축소도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친환경차로 전환이라는 자동차산업의 대변혁을 맞이해 친환경차 보급·생산 확대는 글로벌 미래차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친환경차 보급정책은 대기환경 개선과 자동차산업 육성 측면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인 시장 축소정책보다는 새로운 수출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미래차 산업육성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에도 없는 일본식 수소용어 순화필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그린뉴딜(수소) 대담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홍선근=언어는 생각을 지배하는 힘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특히 수소 관련 분야의 용어 중에 국제표준이 아닌 일본식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정부차원의 용어 표준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국어사전에 없는 ‘부가적으로 생성된다’는 뜻의 ‘부생수소’와 같이 잘못된 일본식 용어가 많습니다. ‘N㎥’는 화학물질 단위로 일본식으로 ‘누베’로 읽지만, ‘노멀 입방미터’로 불러야 합니다. ‘개질(reforming)’, ‘수전해(alkaline water electrolysis)’도 모호한 일본식 용어입니다. 수소 산업 초기에 용어를 국제 표준화하는데 우리 정부가 앞장서주기 바랍니다.

▶성윤모=정부도 수소 산업 초기에 표준어를 정립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예를들어 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개질 수소’라고 했는데 산업부가 앞장서 ‘추출수소’로 용어를 순화하고 있으며 ‘N㎥’ 단위도 kg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생수소, 수전해 방식 등 모호한 일본식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실정입니다

머니투데이도 함께 일본식 용어를 바꿔나가길 제안합니다. ‘부생 수소’는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수소로 ‘공정 수소’라 하고, ‘수전해’는 ‘물전기분해’ 혹은 ‘물분해’ 로 사용하기를 제안하며 다른 일본식 용어들도 바꿔 나갔으면 합니다.

▶홍선근=다른 그린뉴딜과제를 언급하자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대단지 중심의 산업 분야뿐 아니라 주택, 아파트, 건물 등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심에서 활성화되려면 세련된 형태의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필요합니다. 2014년부터 건물전체 벽면을 태양광 패널로 설계한 전경련 건물처럼 조화로운 외형의 실용적 건물이 많이 지어져야 하고, 이를 위한 지원과 혜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형 건축물 외에 가정용 소규모 시설들은 시공 업체들이 영세하고 부품도 저렴한 외산을 사용해 고장이 잘나고 관리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성윤모=태양광 발전은 가로등은 물론 스마트워치,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 자동차, 드론, 레저보트와 같은 모빌리티 등 일상 생활속 활용 가능성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BIPV는 2025년 약 7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시장형성이 예측되는 등 미래 성장잠재량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기도 합니다.

BIPV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한 수요 확대와 함께 관련 기술개발도 선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단계적 의무화 등을 통해 BIPV에 대한 수요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심미성 개선을 비롯해 핵심부품 단가저감, 안전성 확보 등 관련 기술개발과 실증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홍선근=주택에 태양광을 적용할 때도 미관을 어떻게 하면 좋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축가와 태양광 전문가가 함께 고민해 실생활에서 멋진 디자인과 에너지 효율적 건물이 되도록 모듈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분산 전원을 지향하는 지역단위 스마트시티에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가야 하는구나’ 하고 우리가 변해가는 것 아닐까요.

▶성윤모=정부가 스마트산업단지를 하겠다는 게 그런 개념입니다. 그 안에서 에너지를 자급하면서 디지털화해 성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국내에 산단이 1200개 있는데, 스마트산단은 소수일 수 있으나 성과를 보여줘야 다른 곳도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미래, 수소생태계 확장 총력”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하고 머니투데이가 주관하는 '2020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국회·정부·지자체에서 그린뉴딜 정책을 이끄는 정책 리더들이 총출동하는 '2020 그린뉴딜 엑스포'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홍선근=마지막으로 다시 수소 얘길 하자면 현대차의 세계 최초 수소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넥쏘가 보여준 것처럼 수소 버스, 수소트럭, 수소기차, 스마트시티 등 시민들이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증사업 확대해 수소사회가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빌리티만 치우치지 말고 생산, 운송, 인프라 등도 두루 살펴야 합니다.

세종 5-1생활권의 연료전지 시범사업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소 에너지 시범단지와 실증사업을 속도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너지는 이념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자,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정책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기업입니다. 기업이 적절한 사회적 여건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산업부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수소트램 발상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램을 국내에서 실용화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정부와 민간이 팀플레이를 통해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대로부터 우리가 에너지 대전환의 시기를 정부의 잘 짜인 계획과 과단성 있는 실행으로 돌파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기 바랍니다. 오늘 긴 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윤모=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특히 수소경제 전주기에서 주요 플레이어인 ‘기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이 속해 있는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7월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입니다. 여기엔 2040년까지 수소전문기업 1000개를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의 분야별로 고르게 육성하고, 수소 분야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집중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에너지 기업도 수소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수소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매년 수소엑스포를 주최해주시는 머니투데이에도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소경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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