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금 증권 업무 규정으로도 상장 주관사가 초과배정옵션(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명시)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IPO 제도 개편안에 초과배정옵션 내용을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손볼지 지켜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일부 IPO 기업에 대해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그 당시에도 실제 활용 사례는 매우 드물었고 지금은 사실상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과배정옵션은 공모 주식의 최대 15%까지 상장 주관사가 추가로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주관사는 초과 배정하는 공모주에 해당하는 물량만큼 대주주에게 빌리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 IPO 시장에선 없는 주식을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사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초과 배정했기 때문에 나중에 메꿔야 한다.
초과배정옵션 제도의 목적은 공모주의 상장 뒤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데 있다.
공모주가 신규 상장한 뒤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물량만큼 시장에서 매수(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으로)해 대주주에게 돌려준다. 주가가 떨어질 때 주관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급격한 주가 하락을 일부 방지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관사가 시장에서 매입할 수 없는 경우,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물량만큼 IPO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신주 발행 물량은 주관사가 매입해 대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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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하지 않는 이유━
실제 없는 주식을 초과 배정하는 구조다보니, 형식상 대주주에게 초과 배정 물량만큼 주식을 빌려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IPO 실무 담당자의 업무가 늘어난다.
또 대주주와 공모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주식을 빌려달라고 해야 하는데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대주주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발행회사의 오너나 대주주는 비교적 연세가 지긋한 분이 많은 편이다)
대주주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보장도 없다. 더 쉽게 말하면 "다른 IPO 기업은 안하는데 왜 나는 주식을 빌려줘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각에선 상장 뒤 주가가 올라 초과 배정 물량만큼 신주 발행을 하게 되면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둘째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한다고 하면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의심할 수 있다. 결국 초과배정옵션이 상장 뒤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면 주관사가 이 제도를 활용하는 순간 시장에 "비싼 공모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주관사는 초과배정옵션에 따라 상장 뒤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주관사 좋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과배정옵션이 일부 순기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큰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사문화된 것"이라며 "우리 IPO 시장이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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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초과배정옵션이 아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를 거치면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수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빅히트를 거치면서 이제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문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모주 추첨제, 우리사주 미달 물량 개인 배정, 초과배정옵션 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핵심은 공모주 추첨제나 초과배정옵션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전까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접근성을 낮추는 데 힘쓰기도 했다"며 "공모주 가격 결정력을 갖지 못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청약 접근성을 무작정 확대할 경우 상장 뒤 주가 하락 때 더 많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청약 접근성 확대는 모든 공모주가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처럼 인기 있고 수익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며 "비인기 공모주나 상장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는 공모주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IPO 담당자는 "최근 거론된 공모주 추첨제나 초과배정옵션 등은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IPO 시장 개선을 위한 핵심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과수요 및 초과수요를 통한 가격 부풀리기와 상장 첫 날 공모주를 모두 매각하며 단기 차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가격 결정력을 갖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실수요 위주로 바꿀 수 있는 제도 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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