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기, '직급 가리기' 실험…'경계현 식' 수평문화 만든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20.10.13 15:02

사내메신저 등에 직급 표시 없애고 '프로'로 통일…타 계열사 확대 여부 주목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업무 과정에서 사내 직원들의 직급을 가리는 실험을 한다.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사용할 때 직급과 상관없이 원활한 소통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여기에는 경계현 사장(사진)이 강조해온 '수평적 소통'의 확대 포석도 깔려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달부터 사내 메신저와 인트라넷, 이메일 등 사내 시스템에서 직원 조회 시 나타나는 직급 표시를 없앴다. 모두 '프로'로 통일했다.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들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들의 직급을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이전까지 대기업에서 흔히 쓰던 '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의 7단계 직급 구조를 2017년 3월부터 경력개발단계(CL·커리어 레벨)로 개편하고, 호칭도 '님(프로)'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없앴는데도 사내 소통 시 여전히 직급 서열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내 메신저상에서 '어시스턴트(CL1)-프로페셔널(CL2)-시니어 프로페셔널(CL3)-프린시플 프로페셔널(CL4)' 등이 표시돼 서열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에 삼성전기는 실질적인 '수평적 소통'을 위해 사내 시스템에서 4단계 직급 표시를 없애고 '프로'로 통일해 쓰기로 했다. 팀장, 그룹장 등 보직장 직책은 별도로 표시한다.

이 조치는 특히 올 1월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오른 경계현 사장이 적극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출신의 경 사장은 평소 소탈한 리더십으로 사내 수평적 소통을 누구보다 중시해왔다. 기업문화 혁신에도 관심이 많은 CEO라는 평이다.


이렇게 직급을 가리고 수평적 소통을 강화하자 직원들은 반기고 있다. 업무 시 불필요한 호칭 고민을 덜 수 있고,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한 직원은 "일면식이 없는 타 부서원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낼 때면 서열대로 순서를 조정하고, 같은 직급 내에서도 입사 연차가 빠른 사람을 앞쪽에 위치시켜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하지만 직급을 아예 가리니 사내 소통 업무가 더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삼성 전자계열사 중에서 삼성전기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인사팀이 채택해 직급을 가리기로 했다"며 "조직 전체가 수평적 소통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기 이외의 계열사들은 이 같은 '직급 가리기' 조치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기의 이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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