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00m 트레일러에 꽁꽁 싸맨 장비…중국이 탐내는 삼성 QD 설비는?

머니투데이 아산(충남)=이정혁 기자 | 2020.09.08 06:00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추정되는 장비가 입고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지난 4일 오전 11시,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1단지 앞. 정문에서 안쪽을 들여다보자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6배 크기인 LCD(액정표시장치) 8라인(연면적 5만5752㎡) 건물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이날 LCD 8라인 입구에는 초대형 트레일러 6대가 100m 가까이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평택항에서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설비를 가득 싣고 곧바로 8라인으로 달려온 트레일러였다. 트레일러 위 장비들은 하나같이 청색 가림막으로 꽁꽁 포장해 외부에선 어떤 장비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장비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8라인이 QD 라인으로 교체공사가 한창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중국 업체에 밀려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LCD 사업을 접고, 대신 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쑤저우 LCD공장을 중국 CSOT에 1조30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국내외 공장을 막론하고 LCD 생산라인의 전면 개조 작업이 벌어진 셈이다.

아산캠퍼스 1단지 화물 주차장도 그런 개조를 알리는 설비들로 가득했다. 수 십 개의 적재용 파레트와 트레일러 역시 가림막으로 포장하고 줄 맞춰 도열해 있었다. 하나같이 증착기나 프린팅 장비 같은 퀀텀닷 주요 설비들로 보인다.

현장 관계자는 "한창 바쁠 때는 대형 트럭 10대가 한꺼번에 들어온 적도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퀀텀닷 설비 공사가 늦춰지거나 하진 않고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QD 디스플레이 설비 반입 속도…내년 QD 흥행에 2단지 공사 재개 달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L8라인으로 불리는 LCD 8라인 일부를 철거하고, 곧바로 7월부터는 대대적인 QD 디스플레이 장비 반입에 나섰다. 최근 교체 공사에 투입된 협력사 직원 4명이 잇따라 코로나19(COVID-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방역 소독을 한층 강화하는 등 교체 공사는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다.

QD 디스플레이 전환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하루 5000여 명. 삼성디스플레이는 L8라인과 전기실, 스막실 등을 수시로 방역하고 문진표 작성자에 한해 아산캠퍼스 정문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QD 디스플레이 장비 입고를 서두르는 것은 내년 상반기 양산 계획에 한 치 오차도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에 이곳에서 4K(3840×2160) 65형 TV 기준 100만대의 패널이 첫 생산될 것으로 본다.

초기 양산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조기에 양산이 안착되면 향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등 대형 고객사에 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공급하고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아산캠퍼스 1단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2단지(연면적 210만㎡·축구장 300개 크기) 클린룸 공사는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내년에 QD 디스플레이가 흥행 조짐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2단지 공사는 재개될 전망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추정되는 장비가 입고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中 시야 가려라"…코로나 방역만큼 중요한 보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 QD 교체공사에 있어 코로나19 방역 못지 않게 보안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일 QD 디스플레이 관련 설비들이 자칫 중국 경쟁사에 유출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산캠퍼스는 차량과 인원 진출입은 물론 캠퍼스 내부 촬영도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트레일러로 운반하는 장비들을 파란색 가림막으로 꽁꽁 싸매거나 설비 반입 통로인 L8라인 측면은 아파트 5층 높이의 나무를심어 외부 시야를 원천 차단했다. 1단지 외곽을 둘러싼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철조망은 100m 간격마다 고성능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철통 보안은 그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 자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LCD는 중국에 내줬지만 QD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를 앞세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인데 얼마나 빨리 안착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중국도 조만간 '탈 LCD'를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중국 최대 TV 제조사 TCL 자회사인 CSOT는 올 초부터 일본 JOLED와 손잡고 '잉크젯 프린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라인이 내년 중에 착공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QD 디스플레이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점찍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중국 경쟁사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내년에 QD 생산라인을 조기 안착시키고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아산캠퍼스 1~2단지에서 또다시 1조원이 넘는 신규 투자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추정되는 장비가 입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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