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式 '상생'…中企에 특허 8000건 '무상 개방'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8.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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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오른쪽)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오른쪽)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하는 길입니다."

삼성전자 (78,500원 ▲300 +0.38%) 창립 5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11월1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입사 후 처음으로 본인의 육성으로 전 임직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의 핵심은 '상생'이었다. 지난 2월 삼성이 코로나19(COVID-19) 사태 극복을 위해 총 300억원을 긴급 지원할 때도 이 부회장은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며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 中企에 특허 8000여 건 무상 개방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삼성의 상생 활동은 이제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협력사에 1회성 지원금을 지급하는 차원을 넘어 삼성전자가 등록한 수천 건의 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 개방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립을 돕는 취지여서 어떤 상생 프로그램보다 파격적이라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도 수원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에서 '2020년 1차 우수기술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COMPA)과 함께 진행한 이 행사는 고려대 등 7개 대학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의 소재·부품·장비 기술과 국가 전략기술 등 총 63건의 R&D(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특히 전국 중소·중견기업 102개사 경영진과 연구원 등 350여 명이 참여시킬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삼성전자는 행사에서 △금속나노입자(소재) △무전력 화학물질 감지센서(부품) △스마트공장 공정 최적화(장비) 등 3개 세션을 나눠 대학과 정부기관의 '소부장' 기술을 중소기업이 사업화할 수 있게 도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모바일·가전 분야에서 총 8000여 건의 특허 이전 상담도 함께 진행했다. 2015년부터 특허를 무상 개방해 온 삼성전자는 이 특허들을 협력사 외 모든 중소기업들이 얼마든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주은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술 개발 지원부터 자금, 혁신, 인력양성 등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상생 협력 프로그램으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이재용의 상생…"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
실제로 삼성전자의 기술 설명회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사업기회'로 불린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를 주름 잡는 삼성전자의 특허 기술을 무상 활용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 소재 중소기업 '한줌'은 삼성전자 협력사가 아닌데도 4년간(2017~2020년) 총 19건의 특허를 삼성전자로부터 무상으로 이전받았다. 이렇게 이 기업이 개발한 제품은 '스마트 우편함'(제품명: 똑똑우편함)이다. 한줌은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K-글로벌 보안 스타트업' 최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 지원은 이 부회장의 일관된 '동행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2018년 '3년간 180조 투자 4만명 채용 계획' 발표 당시 혁신 역량과 노하우의 개방을 통한 상생협력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특히 협력사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체력을 키우는 게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 방안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과 연계해 국내 팹리스 업체에 IP(지적재산권)를 제공했고, 2018년부터는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고급 기술인력도 양성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의 다양한 노하우를 국내 중소기업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며 "삼성의 상생 활동은 국가산업 생태계 강화에 적잖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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