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로켓으로 발사대행비를 후려치는 스페이스X는 다른 우주 선진국들에게 미운 오리새끼이며,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 비책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발사체 서비스 시장에 다소 늦게 진입했지만, 지난달 중동 최초의 화성 탐사선 ‘아말’ 발사 대행을 맡으며 신흥주자임을 각인한 일본은 “곧 스페이스X보다 200억 원 더 싸게 쏴주겠다”며 파격 선언을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우리나라도 ‘다단 연소 엔진’ 개발로 한반도 근해에 분리된 한국형발사체 1단이 사뿐히 내려 앉는 장면을 연출해 보이겠다는 꿈을 현실화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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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쓰고 또 쓰고…“10회 이상 더 쓰겠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번에 회수한 로켓은 2018년 9월 캐나다 위성통신업체 ‘텔샛’의 인공위성, 2019년 1월 미국 위성통신업체 ‘이리듐-8’ 위성 발사에 쓰였다. 또 2019년 5월과 2020년 1월, 6월 등 총 3차례 스페이스X의 통신위성 프로젝트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는데 동원됐다. 스페이스X는 팰컨9 1단 로켓을 앞으로 10회 이상 더 쓸 계획이다.
함께 회수한 페어링은 지난 1월 팰컨9 발사 때 회수한 것을 다시 쓴 것이다. 페어링은 화물을 보호할 고도의 열·진동 차단 기술이 적용돼 값비싼 장비에 속한다. 팔콘9의 페어링 제작비는 약 600만 달러(약 7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발사에선 우주인터넷 서비스용 군집위성 스타링크 58기와 미국 위성영상업체 플래닛의 위성 ‘스카이샛’ 3기가 탑재됐다. 스페이스X가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우주에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 개수는 총 653기다. 다음 스타링크 위성 발사는 내달 진행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2020년대 중반까지 1만 2000여 개 위성을 궤도에 올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우주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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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택배’ 美 독점 바짝 뒤쫓는 EU·日…재사용 로켓 韓도 만든다━
‘우주 택배’ 시장을 독점해 가고 있는 스페이스X는 로켓 재활용을 통해 이 같은 견적을 현격히 낮춰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등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및 인공위성 발사 대행 공고 등을 통해 확인한 팰컨9 회당 발사비는 약 6100만 달러(약 724억원) 정도다. 스페이스X 측은 “1단을 회수하는 기술이 진화해 완숙기에 접어들게 되면 회당 비용을 지금의 10분의 1인 600만 달러(70억 원)까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파격적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미국의 행보에 밀리지 않기 위해 유럽 등 우주선진국도 로켓 엔진 추력을 높이는 동시에 1회 발사에 탑재할 수 있는 위성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해외 상업위성을 실어 발사하는 등 발사체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입한 일본도 스페이스X를 맹추격하고 있다. 현재 마쓰비시중공업이 제작한 로켓 ‘H2A’ 발사비용은 100억엔(약 1116억원)수준인데, 차세대 로켓 ‘H3’ 개량을 통해 이보다 절반 수준인 50억엔(558억원) 이하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우리 정부도 재사용 로켓 개발 연구를 앞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향후 3년간(2020~2022년) 우주개발계획’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를 개량해 위성 발사 대행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항우연은 위성 다중·다궤도 투입 기술과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위한 다단 연소 엔진 개발 기획을 마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다단 연소 엔진 기술을 확보하면 스페이스X의 1단 로켓처럼 지상에 추락하기 전 엔진을 재점화해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량형 누리호 1단이 한반도 근해 바지선에 착륙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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