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시뮬레이션, 아직도 안 해 봤나 혹시?[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 2020.08.04 15:20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남 안보는 데서 보거나, 신문지로 책 표지 싸서 읽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일수록 재미있고 유익(?)하다('이 책을 공공장소에서 읽지 마시오<김세라 저, 스튜디오크로아상 刊>'라는 파멸적 카타르시스가 있는 책을 돈 주고 사서 혼자 있을 때만 본 적도 있다).
'이혼 시뮬레이션'이라는 제목의 책을 공공장소에서 읽기는, 특히 집에 가져가서 읽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까말, 내 나이 되도록 잠시라도 '이혼 시뮬레이션' 한번 안해 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진즉 해봤어야 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면, 이 행복이 깨지면 어떡하나 불안해서라도 한번 해봤어야 정상이지. 이런 책에 손이 쓱 가는게 당연하지.
.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의 이 첫 문장에 톨스토이가 한 줄을 보탰다면, '그 가정이 결국 이혼으로 깨지게 되는 과정은 더더욱 총천연색이다'라고 했을지 모른다.
'이혼 시뮬레이션(조혜정 저, 나무발전소 刊)'에서 읽는 그 사연들은 불편하지만 우리 옆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읽어둬야 한다. 꼭 발생한다는 걸 전제로 '컨틴전시 플랜'을 만드는게 아니니까.

결혼 전에 쓴 재산분할 포기각서는 유효한가,
혼인신고 무효로 할 수 있나,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도 분할대상인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되나,
결혼시 보태준 내 돈,대여인가 증여인가.
이런 내용들이 궁금하다고 해서 꼭 이혼을 소망하는 불순분자는 아니지 않은가.

아니 말이야 바르게 해야지.또 솔까말, '나는 아내(남편)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많으려나?). 10년전 김정운이라는 발칙한 교수가 쓴 저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제목만으로도 먹고 들어갈 공감백퍼였기 때문 아닌가.실은 저 책의 내용은 '후회한다'가 아니고, 나에게도 이런 로망이 있으니 알아달라는 투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나도 저 책 보다가 아이들에게 들켰을 때 '아빠가 후회한다는건 아니고~ 대체 어떤 넘들이 이런 소리를 하는겨?'하고 헛기침으로 넘어갔다).


김정운 류의 책이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최면 힐링으로 이어지는데 반해 조혜정의 '이혼시뮬레이션'은 피가 튀는 냉혹한 외과 수술이다.아픈데 안 아프다고, 불행한데 불행하지 않다고 기만하는 건 더 큰 불행의 잉태일 뿐이라며 환부를 도려낸다.
20년간 가사 전문 변호사로서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이럴 땐 이혼하는 게 맞고, 이혼할 땐 이런걸 생각하라"고 말한다. 나아가 이혼소송의 기술까지 전수해준다. 머니투데이에 연재중인 외부 전문가 칼럼중에 단연 최고 인기 글이 된 게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혼을 부추기는 건 아니다. 결혼도 덜컥하면 안되듯, 이혼도 덜컥 하지 말라는 거다.시뮬레이션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애정은 사라져도 의무는 남는게 부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애정이지만, 이혼은 돈이다. 결혼기간의 애정은 돈으로 카운트 된다.그래서 이혼장정의 귀결은 돈싸움이 된다.재산분할과 양육비를 주 테마로 하는 (전)부부간의 돈싸움은 어떤 싸움보다 적나라하고 치열하다.읽다 보면 어지간하면 같이 사는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조혜정은 물론 어지간하면 같이 살라고 조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불행한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너무 오래 그렇게 살다보니 '내가 불행한가' 긴가민가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절대 괜찮지 않다"고 소리친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여자는 남편 성미 맞춰주다가 큰 병 걸릴 일만 남았고, 남자는 퇴직하면 아내한테 이혼청구 당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보고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결론이 서면 행동에 옮기는게 현명한 일이라고 말한다.

조혜정이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하면 "여러분, 행복해지자고요"이다.
그래, 그리고 다음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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