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주와 아르바이트 학생, 식당 주인과 홀서빙 직원, 숙박업소 사장과 청소원.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을의 위치에 함께 서 있는 '같은 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사이에 놓으면 두 집단은 '남남'으로 돌변한다.
특히 코로나19(COVID-19)가 터진 올해처럼 경기 불황기에 최저임금을 둘러싼 양 측 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인건비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중소기업·자영업자와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해 달라는 저임금 노동자가 평행선을 달린다. 최저임금 수준에 생존이 달려 있는 을끼리 벌이는 사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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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8590원 대비 1.5% 오른 8720원으로 확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최저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2.7%), 2010년(2.75%) 인상 폭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금액은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최저임금 노동자는 일터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숫자일까. 1.5% 인상을 주도한 최임위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대보다 기업을 측면 지원해 현재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이너스 성장, 저물가를 고려하면 1.5% 인상도 높다"며 "직원 뿐 아니라 월급 주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데 특히 소상공인, 서비스업에서 노동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는 면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예전처럼 높게 올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1.5% 인상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 경영이 개선 또는 악화할지, 또 고용 취약층이 증가 또는 감소할지 예단하긴 아직 어렵다. 하지만 경영계, 노동계가 애초 제시했던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빗대어 보면 을 대 을 갈등을 봉합하기엔 미진해 보인다. 경영계, 노동계의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올해 대비 각각 2.1% 낮은 8410원, 16.4% 오른 1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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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낭떠러지로" vs "너무 실망"━
중소기업·자영업자, 저임금 노동자를 각각 대변하는 경영계, 노동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가장 큰 무기로 내민 건 모두 코로나19였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중소기업·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아 결국 고용 취약층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인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맞섰다. 코로나19 충격이 아르바이트, 플랫폼 노동자 등에 집중된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최저임금을 두고도 중소기업·자영업자, 저임금 노동자 모두 불만을 표출했으나 이유는 정반대였다. 편의점주 협의회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송보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너무 실망이고 최저임금 노동자에 미안하다"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위기 논리와 최저임금 삭감 및 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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