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못바꾼다?" 정부가 '절대불가' 외치는 이유 3가지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20.06.14 14:46
[머니위크] 2G 핸드폰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SK텔레콤의 스피드011 브랜드 로고/사진=SK텔레콤
011과 017 등 이른바 01X 번호를 고집하는 사용자들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별종'같아 보인다. 이미 광대역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대에 1990년대 시작돼 음성통화와 문자만 가능한 2G서비스는 진즉에 무덤속으로 들어갔어야 옳다. 스마트폰이 PC의 성능을 능가하는 시대인데, 10년전 단종된 구식 2G 단말기는 골동품처럼 보인다.

01X 사용자들이 2G서비스 관련 보상금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화품질도 좋지않고 불편한 2G를 도대체 왜 고집하느냐는 것이다.

반면, 이들은 사업상의 이유로 또는 추억이 어린 번호여서 절대 없애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01X로 시작되는 기존 번호를 3G 이상의 서비스에서 사용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호하다. 01X번호는 2G에서만 가능하며 3G이상에서는 010번호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명확하게 선을 긋는데는 이유가 있다.



① 전화번호는 개인자산 아닌 엄연한 국가자원


먼저 이동전화 번호는 엄연한 국가자원이라는 점이다.

통신은 본질적으로 통화하려는 상대방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따라서 자신과 상대방을 식별하기위한 숫자의 조합이 필요하다. 전화번호는 국가나 지역, 통신망, 서비스 형태(역무), 통화대상 등을 담도록 설계됐다. 이는 국가가 사전에 정한 규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통신체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유무선 통신번호가 국가의 유한한 자원으로 규정돼 있고 번호자원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번호체계 개편작업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왔다. 과거 시외전화 지역번호 개편과 통합, 이동전화나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성제도 등도 그런 기반에서 이뤄졌다.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SKT 2G종료 승인 신청에 대한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그러나 국내에서는 특이하게도 전화번호를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적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개인에게 부여된 이동전화 번호가 그렇다. 01X 사용자들이 전화번호를 마치 주민등록번호처럼 간주하고 개인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사법부는 이미 정부쪽 손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 633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이동전화 번호이동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해당 단체가 2G서비스 종료이후에도 01X 번호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동전화번호가 유한한 국가자원"이라며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오는 24일 2심 선고가 있지만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앞서 같은 단체는 2013년에도 010번호통합정책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부가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승인하자 헌재를 찾은 것인데 헌재도 "휴대전화 번호는 국가의 자원이자 공공재이며 개인의 사적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합법결정을 내렸다.




② 010통합, 20년전 입안하고 10년간 시행한 일관된 정책


다음으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부는 이미 2002년 1월 01X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2004년 010통합촉진방안을 마련했다. 또 2011년에 010번호통합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당시 01X 번호 사용자들은 한시적 번호이동과 01X 번호 표시안내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피처폰으로 교체하고 010번호를 부여받았다.
SK텔레콤의 011 광고/사진=SK텔레콤

이처럼 번호통합정책을 취한 것은 휴대폰 식별번호가 특정 이통사의 브랜드로 인식되어서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 시절 011번호를 받은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의 017까지 인수하며 최대 통신사업자가 됐다. SK텔레콤은 주파수 품질(직진성과 회절성)이 뛰어난 800Mhz 대역을 사용하고 011번호는 1등 선호의식이 투철한(?)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이점을 십분활용해 '스피드 011'과 같은 번호마케팅에 나섰는데, 가입자 유치에서 불리해진 KT와 LG텔레콤 등 타 사업자는 이를 못마땅해 했다. 정부역시 이같은 식별번호 마케팅이 이용자 차별을 심화하고 통신사간 경쟁를 저하한다고 판단해 통신사와 무관한 010번호통합정책에 속도를 낸 것이다.



③ 2G 유지관리 부담커...010 가입자와 형평성 감안해야


010 번호 사용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의 2G서비스에 사용되는 800Mhz 주파수 대역을 유지하는데만 연간 수백억원이 소요되고 망관리비용과 회선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은 대다수 010번호 사용자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대다수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누려야할 서비스 품질 제고나 요금인하 혜택이 소수 01X번호 사용자들에 의해 낭비된다고 볼수 있다. 010사용자들이 01x번호 사용자들에 반감을 갖는 것도 이 부분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의 유한한 자원인 번호체계의 효율성과 10여년간 지속된 정부정책의 일관성, 현 010 사용자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2G는 이제 종료되어야 하는게 맞다"면서 "단말기가 단종된지 오래이고 교환기 부품이나 기지국의 보드조차 이젠 구하기 어렵다. 남은 분들도 010으로 옮겨가시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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