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조종사 훈련을 가상의 공간에서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것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를 통한 언택트(비대면) 실험실습을 80%, 나머지 20%는 기존과 같은 대면교육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용훈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은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인재를 무엇으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촉발된 사회적·경제적 대전환의 흐름을 연구와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한 이 총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래지향적 학문체계로 전환할 다수의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1,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커리큘럼, 1970년대 이전에 출판된 과거 교과서로 기초이론을 습득하고 연습문제 풀이에 집중한 과학기술 교육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전혀 안된다”며 “대학은 이번 사태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말 취임한 후 UNIST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갈 이 총장은 KAIST(카이스트) 교수로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며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신기술창업지원단장·정보과학기술대학장·교학부총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쳐 학사운영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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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첫 ‘AI대학원’ 유치…‘AI혁신파크’로 울산 향토사업 체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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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장 중심제’ 전환…‘격투기형 교육’ 도입━
과학기술원다운 과학기술원으로 가기 위해 학사·교육시스템도 전면 재편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총장 중심 체제를 ‘학과장 중심제’로 전환한다. “UNIST 학과장의 인사권·재정권이 상당히 약했습니다. 학과장이 좋은 학과를 만들어보겠다고 뛰어볼 입장이나 처지가 안되는 거죠. 학과장이 기업 CEO(최고경영자)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학과장 중심제’를 도입하자고 외치고 있어요. 최근 학교에서 받는 오버헤드연구비(간접비)의 10% 정도를 학과장에게 넘기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교육혁신을 위해 ‘격투기형’ 교육을 도입한다. 현장문제 해결을 위해 기초부터 응용까지 핵심내용을 먼저 학습하고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실전경험과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체화할 새 학습모델도 개발 중이다. 수학·물리·화학·생물 등 필수과목을 줄이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초과목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전통산업 시대에 주목받던 미적분 중심의 수학교육에서 벗어나 이산수학, 확률·통계·정보이론 등 AI에 필요한 고급수학을 기초과목으로 이수하는 교과과정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런 거예요. 드론(무인기) 설계 교과목에서 물리역학 이론을 기반으로 드론 무게에 따른 프로펠러 회전속도 등을 정하고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전자제어·통신기법들을 배우고 실습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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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적 연구중심대학' 모델 제시…"국내大 최초 수소충전소 설치·운영할 것" ━
“옛날 자료를 가지고 하는 티칭(Teaching) 중심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죠. 전 세계에 이미 강의 잘하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연구중심대학은 교수들이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연구성과를 학사과정 학생들에게 바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지식인 거죠. 연구중심대학이라면 이런 식의 지식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만 합니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국내 대학 처음으로 수소충전소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등 미래형 청정 에너지의 새로운 모델을 계속 제시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사실 UNIST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에너지, 화공 이런 쪽입니다. 수소에너지, 2차 전지 등의 분야에서 굉장히 강력한 연구팀이 있고 숨은 기술들이 많았어요. UNIST의 독자적 기술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보겠다고 울산시에 이미 제안을 했습니다. 내부 3개 대표 연구팀에게 각자의 기술로 수소충전소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수소를 안전하게 생산하는지를 보겠다고 얘기해 뒀습니다.”
이밖에 이 총장은 울산시와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울산시 산재공공병원 설립과 연계해 직업병 등을 전문으로 하는 스마트헬스케어 융합대학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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