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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귀족 이미지 노조━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1.8%(2018년 기준)인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조는 노동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환영받지 못하는 노동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노조가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대기업 정규직이 노동운동의 주류가 된 연원은 길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은 기업 단위 노조가 군사정권, 자본에 저항하면서 성장해왔다. 많은 기업이 생존권, 노동기본권 쟁취를 앞세워 뭉쳤고 전노협에 이어 1995년 민주노총 결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초기 전노협 주축이었던 중소규모 제조업 노조의 영향력은 점점 축소됐다. 원·하청 구조 속에서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 노조는 조직을 키우지 못했다. 그 사이 조직 기반이 탄탄한 대기업 노조가 노동운동 내 세력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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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투성, 협소한 이익 방어에만 동원"━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8년 작성한 '민주항쟁 30년 민주노조운동의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조직노동이 전투적 쟁의 양태를 협소한 이익 방어에 동원함으로써 계급적 연대 정신이 매우 취약해졌다"며 "현대기아차처럼 조직노동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에 대한 계급적 연대, 단결정신은 서서히 소실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를 보듬지 못한 대기업 노조의 모습도 기득권 세력이란 인식을 확장시켰다. 실제 노동운동은 양극화 주범 중 하나인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별 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1987~2016년 노동조합이 임금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노조가 비정규직 확대에 대응해 조직기반을 확대하지 못했고 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를 억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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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정착하려면…노조 기득권 내놓아야━
산별노조 하에선 임금 협상을 하더라도 현대차 노사처럼 개별 기업이 아닌 자동차 또는 금속산업이란 큰 틀에서 이뤄진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은 물론 비정규직도 협상 결과를 적용받는다.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해 보건의료산업 노사간 감염병 예방 협약을 맺는 일도 가능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왜곡된 영향력을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산별노조 정착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는 겉으론 산별이나 실제로는 기업별 노조"라면서 "산별 전환이 실패한 이유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가 기득권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장 단위 교섭을 전제로 하고 있는 노동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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