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 25% 맡는데도 '문전박대'…포스트 코로나, U턴이 답이다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심재현 기자 | 2020.04.23 05:00

[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①-1]1류 국가에서 만드는 1류 상품의 경쟁력

편집자주 |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를 못 보내면 공장이 멈춥니다."

지난달 초 삼성그룹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긴급요청을 타전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 정부의 봉쇄 조치로 베트남 현지 생산라인의 개조작업을 담당할 기술진을 보내지 못해 발을 굴렀다.

삼성이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이자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대재난 앞에서 베트남 정부의 후순위 고려사항으로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공조해 일부 인력을 보내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베트남 사례는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자국 중심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국경 봉쇄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앞에서 더 이상 공허한 '세계화' 논리는 없다. 철저히 자국 이익을 위한 집중과 선택이 있을 뿐이다. 자국 산업을 지키고 자국 국민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 전세계 국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부른 신(新)고립주의 확산 속에서 기업 '리쇼어링'(기업의 모국 복귀, Re-Shoring)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다. 특히 대기업의 귀환은 중소·중견기업의 산발적 유턴과는 양과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신고립주의 전쟁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오프쇼어링(Off-Shoring, 해외이전)에 기반한 글로벌 분업구조 붕괴를 앞당겼다고 분석한다. 올 연말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며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복귀를 압박한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일본도 리쇼어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기본이고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로 돌아오는 기업에는 규제 혜택과 연구개발비까지 지원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업체와 캐논 같은 전자업체가 일본으로 공장을 옮겼다.

한국도 2013년 12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을 시행하며 유턴을 장려했다. 그러나 수치로 본 결과는 처참하다.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9년여동안 리쇼어링 기업은 72곳에 그친다. 이마저 계획 번복이나 폐업 등을 감안하면 68개사에 그친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단 1곳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리쇼어링 기업수는 2016년 1개사, 지난해 4개사, 올해 2개사 등 총 7개사뿐이다.




대기업 투심 돌릴 파격적 인센티브를 허하라


더 파격적인 대우와 지원으로 이제 대기업 리쇼어링을 유도해야 한다. 국내 경제에 미칠 막대한 경제효과를 생각하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5개 협력사와 함께 울산으로 돌아온 현대모비스는 3300억원을 투자해 최대 1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설움을 당하고 있는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국내로 복귀한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중국내 모든 생산기지의 문을 닫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어도 된다. 앞으로 있을 추가 투자를 국내로 끌어올 수만 있어도 리쇼어링 정책은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법인세율 인하 같은 세제지원은 물론 수도권으로는 눈길도 못 돌리게 하는 입지 규제도 풀어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반발은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력으로 대응하면 된다. 대기업의 수많은 협력사와 내수시장 확장성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리쇼어링만으로 중소·중견기업 수십 개사가 생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돌아오라" 불러도 응답없다…처참한 투자환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28일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 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 참석에 앞서 코나 EV 배터리 시스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지금까지 한국은 '투자처'로 매력은 거의 없었다. 정부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자본의 해외 직접투자는 497억달러(약 58조원)인 반면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는 172억달러(20조원)에 그쳤다. 한국기업은 밖으로 나가는데 그 자리를 메워줄 외국계 기업도 많지 않다.

좀 더 실리적이고 절실한 접근법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를 살려 핵심 기업의 국내 유턴, 투자유치 등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리쇼어링. 한국기업 유턴. 이제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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