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 1순위였던 베트남, 코로나19에 "한국인 나가라"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2.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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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를 안하면 베트남을 떠나라'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사진=트위터'격리를 안하면 베트남을 떠나라'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사진=트위터


몇 달 전만 해도 '박항서'의 나라로 베트남에 사랑받던 한국이 이제는 "나가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 대폭 증가와 가짜뉴스 유포로 한국인 기피 현상이 벌어지면서다.

지난 25일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현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4일 대구발 비행기로 베트남에 도착한 한국인 방문객이 격리시설 출입을 거부했으며, 당국과의 협의 끝에 하이차우 지역에 위치한 4성 호텔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외교부에 따르면 베트남 다낭시 당국은 이날 오전 대구시에서 출발해 다낭시에 도착한 비엣젯 항공편(VJ871) 탑승객 전원(한국인 20명 포함)에 대한 일시 격리조치를 취했다. 한국 국적 탑승객 20명은 다낭공항 도착 후 곧바로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베트남 네티즌이 올린 태극기와 코로나바이러스의 합성 사진./사진=트위터베트남 네티즌이 올린 태극기와 코로나바이러스의 합성 사진./사진=트위터
이는 '한국인 탑승객이 4성 호텔을 요구했다'고 와전되며 온라인상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트위터 등 SNS에는 한국인을 겨냥해 "격리를 거부하면 베트남을 떠나라(If_you_refuse_to_be_quarantined_get_out_of_Vietnam)"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수백개 올라왔다. 베트남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은 이기적", "당신들의 우월성이 우리 안전보다 중요하냐"는 글을 올리며 한글로 '나가주세요' 문구가 적힌 그림까지 떠도는 상태다.

베트남 항공사들은 한국 노선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뱀부항공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오는 26일부터 다낭 및 나트랑과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6월 취항 예정인 하노이-인천 노선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16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랜드마크72) 한식당 식객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을 비접촉 원적외선으로 점검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0.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제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16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랜드마크72) 한식당 식객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을 비접촉 원적외선으로 점검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0.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트남항공은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하노이, 호찌민, 나트랑, 다낭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 지역들의 항공편이 다음달 28일까지 취소된다고 밝혔다. 베트남 당국은 한국의 코로나19 발생지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과 자국민을 2주 간 격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을 겨냥한 시선이 따가워지며 교민들의 고민 또한 깊다. 호치민에 거주 중인 한국인 여성 A씨(26)는 "일부 식당에서는 한국인 또는 중국인이냐 물어보고 출입을 막고, 호텔에서는 한국인이면 체온 검사를 무조건 실시하거나 이동 경로를 적은 서류를 내야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베트남 내부에서 한국인 입출국 거부하자는 이야기가 커지면서 한인들 사이에서는 우리 진짜 갇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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