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짜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일자리 대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대기업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보완 등이 대책으로 나오나 '돈주머니'인 고용보험기금은 한정돼 있어서다. 실업급여 증가에 대응한 고용보험기금 추가 투입도 불가피해 정책의 폭을 마냥 넓히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열릴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 문제를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고용 유지 기업에 최대한의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관계부처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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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책 방점 '고용 유지'━
문 대통령 발언처럼 일자리 대책의 방점은 '고용 유지'에 있다. 관련 정책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대표적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인건비(휴업수당)를 지급할 경우 이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소기업은 지급 휴업수당 대비 90%, 대기업은 67%까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단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 지원 비율은 75%다.
고용부는 세부 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용부는 문 대통령 지시에 앞서 이달 초 고용장려금 TF(태스크포스)를 구성,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개선책을 수립해왔다.
우선 인력공급업처럼 고용유지지원금 미지원 업체가 많은 업종 지원책이 고용 대책에 담길 전망이다. 원청에서 도급비를 받아 인건비를 지급하는 건설사 파견업체 같은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명목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현재 구조에서 도급비를 받지 못한 파견업체는 노동자에게 휴업수당도 주지 못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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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체 등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요건 완화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동시에 새로 뽑지도 않아야 한다. 인력공급업은 계약이 성사하면 신규 채용하고 종료하면 감원하는 구조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가 다수다.
고용부는 대기업 고용유지지원금을 중소기업 수준인 휴업수당 대비 90%까지 올려달라는 업계 요구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지원을 마냥 강화하기엔 재원이 문제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을 충당하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지난해 2조877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은 2018년 9조3531억원에서 지난해 7조8310억원으로 떨어졌다. 문재인정부 집권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 등을 확대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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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한정돼 무작정 확대는 쉽지 않다"━
아울러 정부 입장에선 실업급여 급증에 대비해 고용보험기금을 아낄 필요도 있다. 고용보험기금을 가져다 쓰는 실업급여는 지난달 8982억원을 지급, 역대 가장 많았다. 고용 충격이 이제 시작단계라 실업급여 지급액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대기업 지원 비율을 90%로 올릴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용유지지원금 1일 한도(6만6000원) 인상은 신중한 입장이다. 실업급여 1일 상한액과 똑같이 설계해 뒀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만 한도를 올리는 건 어려워서다. 한도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받는 기업이 다수인 점도 인상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다만 청와대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면 지원 대기업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한도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지원하고 싶으나 고용보험기금 재원이 한정돼 있어 무작정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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