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통상정책도 비상…'언택트'로 푼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20.04.03 03:30
코로나19에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주요 통상일정./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전세계가 국가간 이동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통상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생겼다. 해외출장이 막혀 발이 묶인 통상당국은 화상회의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수단을 적극 활용하며 코로나19 장벽을 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2월 중순 이후 대외 협상을 담당하는 통상교섭본부 해외출장은 사실상 중단됐다. 통상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공식 해외출장도 2월 23~26일 이집트 방문이 마지막이다.

각국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발 입국을 속속 금지, 제한하면서 대표단 방문이 어려워졌다. 3월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는 등 해외 각지 사정도 악화해 예정됐던 통상일정은 '올스톱'되는 듯 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G20 회원국 및 초청국(8개국) 통상장관과 국제기구(WTO 등 9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G20 화상 통상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G20 특별 정상회의 후속 차원에서 열린 이날 화상 통상장관회의에서는 무역·투자 분야 논의사항을 중심으로 다자간 공조의 구체적 추진방안 협의가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3.31/사진=뉴스1

코로나19 탓에 한달 가량 필요한 대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던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달부터 각국과 본격적으로 협상 재개에 나섰다. 어려워진 대면회의를 대신해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다.

지난달 10일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시작으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회기간 수석대표 협의(17일) △한·러시아 서비스·투자 부문 FTA 회기간 회의(23~26일) △제3차 한·우즈베키스탄 워킹그룹 회의(27일) △세계무역기구(WTO) 한-일 조선업 분쟁(DS594) 양자협의(30일) 등이 모두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열린 제5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도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신북방정책 핵심국인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상대적으로 IT(정보기술) 인프라가 열악해 화상회의 진행에 우려가 있었지만 차질 없이 논의가 가능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수석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영상회의실에서 라지즈 샤프카토비치 쿠드라토프 우즈벡 투자대외무역부 차관(수석대표)와 '제3차 한-우즈벡 워킹그룹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2020.03.27.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일정을 주로 챙기던 유 본부장도 각국 외교장관과 화상회의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림 족 호이 아세안(ASEAN) 사무총장과 리즈 트러스 영국 통상장관, 27일 찬 춘싱 싱가포르 통상장관과 각각 면담했다. 지난달 30일 G20(주요 20개국) 특별 통상장관회의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교역·투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했다.


통상당국은 오는 5월과 6월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식협상과 장관회의의 경우 예정대로 개최를 준비 중이다. 동시에 코로나19로 대면만남이 어려울 상황을 대비해 화상회의 진행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유 본부장은 아세안 사무총장, 싱가포르 통상장관과 RCEP 연내 서명을 위해 화상회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RCEP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메가 FTA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지난해 11월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정부는 올해 최종 서명을 목표로 잔여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3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11.5/사진=뉴스1

RCEP 공식협상에는 16개국 대표단 총 150여명이 참여한다. 당초 지난달 중 서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인도네시아로 장소를 옮겼고, 차기 협상이 서울에서 열린다. 장관회의의 경우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회의가 취소된다면 논의 지연이 불가피하겠지만,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나 컨퍼런스콜 방식으로 논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RCEP 연내 서명이라는 목표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만큼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