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320만원' 산후조리원, 호텔급 서비스라더니…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20.01.26 09:00

연년생 형제를 두게 된 아빠의 육아 분투기③

2호 출산 후 지내기 위해 살펴본 산후조리원마다 내세운 공통된 문구는 '호텔식 서비스'였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적어도 '모텔식 서비스'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정 기준인 1호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크게 상관 없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보니 지불한만큼 대우받는 본전은 무엇일지 고민이 들었다.





2주 요금, 알고보니 13박 가격


2주 이용료가 1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 D산후조리원 스파모습. / 사진제공=산후조리원

지난달 호텔식 서비스를 강조하는 산후조리원 실장을 따라 1호와 함께 가족실로 '체크인'했다. 2주에 320만원짜리 방이었다. 5성급 호텔까진 아니더라도 4성급 호텔 수준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었다.

방 문 앞에 적힌 이용 기간을 보고 내 자신을 자책했다. 12월 8일부터 12월 21일까지 사용. 이용 기간은 2주라 쓰고 13박 14일이라고 읽어야 했다. 산후조리원은 호텔처럼 1박당 요금을 매기지 않고 1일마다 가격을 책정했다. 모텔도 쓰지 않는 계산법 앞에서 산후조리원이 자랑하던 호텔식 서비스는 무색해졌다.

사실 산후조리원은 육아사관학교 성격을 지닌다. 아내는 2시간마다 2호를 찾아 수유했다. 또 산후조리원이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도 들었다. 산후조리원을 나올 땐 체크아웃이 아니라 퇴소하는 느낌이다. 하루 일정이 빽빽하게 돌아가다 보니 그만큼 휴식도 중요했다. 방 컨디션, 각종 휴식시설, 식사의 질이 좋아야 하는 이유다.


기본서비스 아기사진 촬영의 '진실'은



그런데 육아 트레이닝, 휴식 인프라를 반영한 산후조리원 비용이 합당한지 의문이 들었다. 산후조리원에 의존하는 비용 설명이 불완전판매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독수리오형제, 칠공주처럼 여러 아이를 낳지 않고선 일일이 산후조리원을 비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해 10월 산후조리원과 계약 체결 때, 이대로라면 '호갱(호구+고객)'을 스스로 인증하겠다 싶어 발버둥을 치긴 했다. 요금 320만원에 포함된 기본서비스 '아기사진 촬영'이 눈에 띄었다. 1호를 낳고 이용했던 다른 산후조리원에서도 제공했던 서비스였다.


당시 1호를 데리고 기본서비스를 즐기러 사진관에 갔었다. 기본서비스이니 으레 무료라고 여겼다. 옷을 두 차례 갈아입으면서 다양한 배경의 사진을 한 시간 동안 찍었다.

촬영 종료 후 기본서비스의 진실을 알았다. 사진기사는 이날 찍은 사진 중 한 컷만 작은 크기로 한 장 제공하고 사진 파일은 아예 줄 수 없다고 했다. 사진 파일을 받으려면 수십만원대 앨범을 제작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도 지출이었으나 빈정이 상해 빈 손으로 사진관을 나왔다.


거품 빼려면 질 좋은 공공산후조리원 늘어야


해남군은 지난해 9월 전남 최초로 일반 산후조리원보다 20% 이상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을 개원하는 등 원스톱 출산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사진제공=해남군

이 경험 덕분에 아기사진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산후조리원 실장에게 말했다. 대신 요금 할인이나 다른 서비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실장은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았는지 난감해했다.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젖병, 수건 등을 챙겨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원하지 않는 서비스를 포함한 가격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산후조리 통계'에 따르면 산모 4명 중 3명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평균 13.2일 산후조리원에 머무르면서 낸 평균 비용은 220만7000원이었다.

산모 중 51%는 산후조리원 비용이 부담된다고 했다. 올해부터 산후조리원 비용이 의료비 세액공제를 적용받는다. 이처럼 정부 지원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불완전판매 해소 등을 통한 요금 거품 제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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