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중국이 약속 지킬까?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20.01.16 05:54

[월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문에 공식 서명했지만 실제 이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앞으로 2년간 미국에서 2000억달러(약 230조원) 어치를 구매키로 했지만, 사는 쪽 뿐 아니라 파는 쪽까지도 부담스러워 하는 규모다. 자칫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철회했던 대중국 관세를 재발동하려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2단계 무역협상도 난관이 예상된다.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사이버안보 등 미중 양국의 인식차가 큰 분야가 주된 의제라는 점에서다.



"중국, 미국산 구매 목표 달성하려면 '미친듯이' 사들여야"


약 86쪽에 이르는 1단계 미중 무역합의문에는 중국이 앞으로 2년간 농산물, 공산품, 에너지 등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약 2000억달러 어치를 추가 구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8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약 4200억달러 수준이었음에 비춰볼 때 상당한 규모다. 여기엔 공산품 750억달러와 에너지 500억달러, 농산물 400억달러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신규 공급선 확보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2년 내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상의 구매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산 상품을 '미친듯이' 사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서명식에서 "누가 중국에 팔 농산물 400억달러 어치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길래 농민들에게 트랙터를 더 사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책임을 피하는듯한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그는 "중국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토대로 미국 상품을 구매할 것"이라며 "양국 정부는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적재산권 보호 조항도 변수다. 합의문에는 중국이 자국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30일내 미국에 제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제출한 내용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중국이 실행계획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밖에 1단계 합의문에는 중국이 △기술 강제이전 금지 △위조상품 근절 △외국 금융사 진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 강제이전 금지의 경우 과거에도 중국이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고 미국이 불만을 토로해온 분야다.


가장 갈등의 소지가 큰 건 이행강제장치 조항이다. 합의를 어긴 것으로 판단될 경우 총 90일간 실무급·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미국이 중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삽입한 조항인데, 향후 미중 양국간 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관세·국영기업 보조금·사이버안보, 2단계 무역협상서 논의


한편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사이버안보 문제는 2단계 무역협상의 과제로 넘겨졌다. 두가지 모두 타협이 쉽지 않은 의제다.

국영기업 보조금의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목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 경제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사이버안보의 경우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 기업들과 중국 당국의 유착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국가 차원의 관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2단계 무역협상에선 남은 대중국 관세의 감축 여부도 다뤄진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서 일부 관세 철회가 있었던 것처럼 2단계에서도 추가적인 철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1단계 무역합의를 계기로 미국은 당초 지난달 15일부터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세 15%를 철회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시행돼온 11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은 15%에서 7.5%로 인하됐다. 그러나 2500억달러 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미중간 2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시점은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2단계 무역협상에 즉시 착수하겠지만, 합의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나는 대선 이후까지 합의를 하지 않고 기다리길 원한다. 이 경우 우리는 더 좋은 합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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