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담배사업법과 담배종결전(2)

머니투데이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 2019.11.13 04:00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때문인 것으로 의심되는 폐질환 사망자가 최근 두 달 새 39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폐질환 환자는 2000명을 넘어섰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공포감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퇴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3일 부랴부랴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해외에서 사망자가 잇따르고 국내에서도 의심환자가 나오자 사용 자제를 권고한 지 한 달여 만에 경고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번 조치가 적절한지를 놓고 전자담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선 말들이 많지만 정부가 예방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은 바람직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보듯 유해성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다간 화만 키울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이 처음 보고된 것은 2006년이지만 정부의 역학조사는 5년 뒤인 2011년 시작됐고 2016년에야 판매가 중지됐다. 이 과정에서 14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면밀히 분석해 일말의 불안감도 남겨선 안될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서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로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아울러 이참에 기획재정부 소관인 담배사업법도 경제적 관점이 아닌 국민건강 측면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이번 논란으로 30년 전 재정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담배사업법의 허술한 규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면서 줄기나 뿌리 또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신종 담배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 대표적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담배가 출시되기 전 유해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엔 담배 성분·첨가물 정보제공 및 분석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직권으로 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할 수 없다. 보건당국이 ‘담배종결전’(endgame)을 선언하고 금연정책의 강도를 높이지만 사실상 반쪽짜리 정책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회에선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다. 20대에서 발의된 법안도 여럿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무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 규제근거를 법과 시행령 어디에 둘 것인지 등 곁가지가 쟁점이 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처 간 알력 다툼과 국회와 정부의 권한 싸움에 국민건강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경제적 관점이 아닌 국민건강 측면에서 담배를 관리한다. 담배로 인한 국가 재정상 이득보다 사회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이미 7조12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5년 4조4093억원에 비해 1.6배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현실을 수수방관하면 재정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 가혹한 짐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국민건강과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도 이제 담배에 대한 새로운 규제체계를 정립할 때다. 시대착오적이고 허점투성이인 담배사업법은 담배규제법으로 바꿔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주무부처도 재정당국이 아닌 보건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 당장 세금 몇 푼 더 걷자고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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