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고객도 빼앗은 아시아 토종커피, 성공 비결은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0.29 06:30

인니·중국·베트남 등 현지 업체 급성장…IT 활용,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브랜드 위협

달곰한 맛이 특징인 인도네시아의 코피 케낭간 커피. /사진=코피 케낭간 홈페이지

인도네시아의 커피 스타트업(창업 초기 회사) '코피 케낭간(kopi kenangan)'은 지난 6월 2000만달러(약 23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세콰이어 캐피탈의 인도·동남아시아 지사였다. 지난해 8월에는 현지 VC인 알파JWC벤처스로부터 800만달러(약 93억원)를 받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어로 '커피의 추억'이라는 뜻을 가진 코피 케낭간은 미국 유학 후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던 에드워드 티르타나타가 고등학교 친구인 제임스 파라난토와 2017년 설립한 신생 기업이다. 당시만 해도 인도네시아 커피시장은 노점에서 파는 저가의 봉지커피와 스타벅스 같은 고급 전문점으로 양분됐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넷째로 많이 커피를 수출하면서도 1인당 커피소비량은 가장 적은 나라로 남았다. 티르타나타 코피 케낭간 최고경영자(CEO)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사람들이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티르타나타 CEO는 재료를 모두 현지 농장에서 조달했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기 위함이었다. 또 기존 커피전문점과 달리 현지인 입맛에 맞는 개성 있는 메뉴를 적극 개발했다. 현지인들이 달콤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점을 반영해 종려당(야자 설탕)을 섞었는데, 코피 케낭간의 대표적인 상품이 됐다.

최신 정보기술(IT)도 적극 활용했다. 경쟁자보다 빨리 배달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기존 배달 앱(모바일 응용프로그램) 고푸드나 그랩푸드 등을 이용했다. 직접 배달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매장별 재고 시스템을 통합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수익률은 높였다.

코피 케낭간은 창업 2년여 만에 인도네시아 8개 도시에서 80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365개의 스타벅스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티르타나타 CEO는 내년 말까지 매장 수를 500개로 늘려 스타벅스를 뛰어넘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루이싱커피가 판매하는 다양한 음료. /사진=루이싱커피
중국에서는 코피 케낭간과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루이싱(瑞幸·Luckin)커피가 스타벅스를 맹추격 중이다. 루이싱을 상징하는 '파란 사슴' 로고는 스타벅스의 '녹색 인어' 만큼 유명해졌다.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1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열었는데, 올해 벌써 3000개를 넘어섰다.

루이싱은 매장을 늘리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방식으로 스타벅스 고객을 빼앗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VC로부터 투자받은 2억달러(약 2340억원)의 '총탄'이 바탕이 됐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차(茶)와 과일주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커피 생산은 물론 수출과 소비 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도에서도 커피 스타트업의 활약이 눈부시다. 블루 토카이는 인도의 커피 농장과 소비자를 최대한 가깝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규모 커피농장에서 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과정을 최소화해 커피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커피 하우스', '콩 카페', '탁 커피', '푹 롱' 등 토종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1970~1980년대 베트남의 계획경제 시대 분위기를 재현한 콩 카페는 베트남 50여개 도시에서 매장을 열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커피 체인에게 독립적인 커피 브랜드의 성장은 장기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콩카페 매장. /사진=콩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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