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유조선…공급부족에 운임비 '부르는게 값'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0.11 16:30

배기가스 규제·中해운사 제재·사우디 드론테러 겹쳐
유조선 공급 부족 심화, 운임비 2주 사이 세 배 급등

/사진=AFP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달리 유조선 운임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름값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옮기는 비용은 급등했다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선박중개회사 포튼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날 중동 페르시아만~중국 노선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비는 하루 14만달러(약 1억6640만원)에 육박했다. 불과 2주 전보다 세 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중개인들이 200만배럴 이상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 확보를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수에즈 운하의 중소형 유조선 운임비도 하루 10만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근 유조선 운임비 급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특히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를 수송했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 자회사 2곳을 신규 제재 대상 목록에 올리면서 섭외 가능한 유조선이 급감했다. 이 제재로 COSCO이 운용 중이던 VLCC 21척과 중소형 유조선 20여 척이 배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부터 400t급 이상 모든 선박에 대해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줬다. 배기가스 정화장치 설치를 위해 약 60여 척의 VLCC가 가동을 멈춘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테러까지 겹치면서 북미 유조선 시장은 그야말로 공급자 위주로 재편됐다.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군사 충돌 가능성에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유조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 원유중개인은 FT에 "평소 운영되는 VLCC는 700~720척 정도인데 이 가운데 10% 정도가 최근 수리와 제재 등의 이유로 갑자기 가동을 멈췄다"며 "미국이 원유 수출을 대폭 늘리는 상황에서 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달 미국의 원유 수출은 하루 300만배럴 규모로 한 해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유조선 운임비 급등으로 유조선을 보유한 주요 해운사 실적은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이 운영하는 프론트라인 주가는 최근 한 달 27% 정도 올랐으며, 벨기에 유조선 업체 유로나브 주가도 24%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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