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유력 경쟁자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결의하겠다는 뜻이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확률은 매우 높다. 과반인 218명만 찬성하면 되는데, 민주당 의원이 23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럼프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은 이미 202명에 달한다. 나머지 33명 가운데 16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당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하원이 탄핵소추를 결의하더라도,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상원이기 때문이다. 상원은 수석재판관 주재로 탄핵심판을 여는데, 상원의원이 배심원 역할을 한다.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67%)이 대통령이 유죄를 인정하면 탄핵이 가결되는데,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역사에서도 상원이 대통령 탄핵심판을 가결한 적은 없다. 제42대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1998년 12월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하원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지만, 상원에서 기각됐다. 그는 아칸소 주지사 시절 여러 여성을 성추행했으며, 백악관 입성 뒤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국정지지도는 72%로 매우 높았다.
앞서 제17대 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도 1868년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상원 탄핵심판에서 1표 차로 승리하면서 임기를 마쳤다. '워터게이트'로 유명한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1974년 미 역사성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될 뻔했으나, 하원의 탄핵소추 직전 스스로 사임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트 롬니 등 일부를 제외하고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BBC는 "그러나 그동안 트럼프 탄핵을 머뭇거리던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온건파가 탄핵으로 돌아서면서 사태가 급변했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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