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결정 단일 유전자는 없다"-하버드·MIT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08.30 15:32

"성적지향에 유전적 영향 있지만 수천 가지 요소 복합 작용…유전자만으로 성적지향 예측할 수 없어"

성소수자(LGBT)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간의 성적 지향을 유전자만으로 의미있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성행동은 복잡하며 수천 가지 요소들의 결합에 영향을 받는다."

동성애 성향을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는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은 미국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 연구소 정신의학연구센터 유전학 연구팀의 이 같은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8월29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동성애 성향과 연관성이 강한 5개 변이유전자를 새로 발견했다. 동성간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말한 47만7522명의 DNA샘플과 생활습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5개 변이유전자 중 2개는 남성에게만, 1개는 여성에게서만 발견됐다.

남성만 갖고 있던 2개 변이유전자는 각각 후각, 탈모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후각은 성적 유혹과 강한 연관이 있지만 성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지 확실치 않다"며 "남성형 탈모가 성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점에 미뤄볼 때 호르몬 조절과 동성애 성향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유전자 변이들은 기분이나 정신건강 장애 등과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우울증과 조현병 등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인의 성적 지향에 유전자 염기변형이 미치는 영향은 8~25%라고 밝혔다. 나머지 측정할 수 없는 유전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은 최대 32%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는 모두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가 끼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발표 전 몇 달에 거쳐 논의를 거쳤다. 닐 박사는 "우리는 특히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한 우리의 발견을 악용할 것을 우려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증오를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연구결과를 악용할까봐 걱정스럽지만, 우리가 이 문제에 접근한 일종의 적극적 방식이 중요했다고 믿는다. 다양성은 유전학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성 소수자 단체(GLAAD)는 연구결과에 대해 "동성애는 인간 생활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임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옥스퍼드대학의 멜린다 밀스 사회학 교수는 사이언스에 투고한 글에서 "여전히 전세계 70여개 국가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형선고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성애를 치료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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