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 한가운데 덩그러니…'흉물' 된 전동킥보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9.08.04 06:30

[프로불편러 박기자]공유서비스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용자 의식 수준 여전히 낮아

편집자주 |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쓰러진 채로 방치된 전동킥보드. 강남 곳곳에서 이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박가영 기자

거리가 '전동킥보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쉽게 빌려 타고 반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안전과 질서 의식은 따라가지 못해서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용자의 의식 제고와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간 5배 증가한 '전동킥보드' 사고…안전관리 사각지대


최근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며 관련 사고가 급증했다. 4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실태 및 예방대책'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간 교통사고는 △2016년 49건 △2017년 181건 △2018년 258건으로 집계됐다. 3년간 전동킥보드 교통사고가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확대하며 사고는 더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1~5월 접수된 사고는 1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건)보다 약 7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사고 발생 비율은 서울과 경기가 각각 26%로 가장 많았고 △인천 8.8% △충남 5.9% △부산 5.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된 서울과 경기에서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 셈이다.

사고는 늘고 있지만 안전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탈 때는 꼭 안전모를 써야 하지만 공유서비스의 경우 안전모 착용이 전적으로 이용자에게 일임돼 있다. 애플리케이션 접속이나 이용 전에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으나 안전모 제공, 사용 전 착용 체크 등 서비스는 현재 제공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인도(人道)로 달리고, 주차는 아무 데나 '휙'…보행자 불안·불만 높아져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보행로 위에서 달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강남 압구정역 인근. 오른쪽은 강남역 인근./사진=박가영 기자

무엇보다 이용자의 안전의식과 준법정신이 미비한 것이 큰 문제로 꼽힌다. 전동킥보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차도에서만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다수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는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사고 대부분이 △인도 주행 △교차로 서행 미준수 △횡단 중 킥보드 탑승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 준수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지난 1일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활성화한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용자들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용자 15명 중 13명이 보행로에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오른 후 줄곧 인도로 주행했다. 이용자 중 1명은 이면도로로 달렸지만 '역주행'이었다.

강남구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이정현씨(가명·38)는 "주차된 곳과 반납하는 장소가 보행로에 있고, 전동킥보드 속도가 느려 차도로 안 다니게 된다"라며 "보행로에서 천천히 주행하려고 하지만 공유서비스가 시간당 대여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라 요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고 빨리 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행자들은 전동킥보드가 빠른 속도로 인도를 질주하는 탓에 위협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전동킥보드 최고 속도는 시속 25km로 제한돼 있다. 차량이나 오토바이 속도보다 훨씬 느리지만 성인 평균 보행속도인 시속 3~4km와 비교했을 땐 빠른 속도다. 때문에 인도에서 질주하는 전동킥보드는 보행자에게 큰 위협이 된다. 지난해 10월엔 경기도에서 길 가던 행인이 전동킥보드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상원씨(34)는 "자전거는 뒤에서 '따릉' 거리기라도 하는데 전동킥보드는 소리 없이 바로 옆을 휙 지나가 등골이 서늘해진다. 보행자가 살짝 방향만 틀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면서 "특히 밤엔 잘 보이지도 않아서 불안하다. 차도에서 타기 위험하다고 인도에서 주행한다는데, 그럼 보행자 안전은 누가 책임지냐"고 따져물었다.

전동킥보드가 보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유서비스 업체 대부분은 일정 구역에 반납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정 장소 반납이 '의무'가 아닌 탓에 전동킥보드를 아무 데나 세워두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역 인근에 무분별하게 주차된 전동킥보드들. 가게 앞에 놓여있거나 보행로 한가운데 주차돼 있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사진=박가영 기자

강남 곳곳에서 전동킥보드가 보행로 위에 무분별하게 주차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보행로 한가운데 놓여있어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가게 앞에 출입문을 막고 세워져 있어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쓰러진 채 방치돼 있는 전동킥보드도 여럿이었다.

자영업자 김용진씨(가명·30)는 "거리 위 전동킥보드는 '흉물'"이라며 "보관소가 따로 없어 이용자들이 타다가 아무렇게나 놓고 가버린다.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장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이용자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인식을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동킥보드를 면허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등 신산업 활성화 차원의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지만 시민 안전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천승희씨(42)는 "전동킥보드 이용의 자유도 필요하지만 보행자, 특히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규제 완화보다 안전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는 안전장치를 따로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는 교통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한편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안전관리 강화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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