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성차별적 언어는 '남성'이 기본값이 된 용어다. 여교사, 여배우, 여의사, 여경, 여군, 여자고등학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6월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 '성평등 언어사전'을 발표했는데, 시민들의 제안 608건 중 가장 많이 접수된 제안(100건)이 직업인 명칭 앞에 붙인 '여'(女)자를 떼어달라는 것이었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표현' 기글에서 "여교사, 여류작가 등은 남성형을 기본으로 해 여성형을 파생시킨 것으로 언어 형식상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 지위에 두는 여성차별 표현이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대학생 오모씨(23)는 "남자 입장에서도 기이한 표현으로 보인다"면서 "총각작, 총각비행 등의 단어가 없는 걸 보면 답이 나온다. 첫 작품, 첫 비행 등으로 충분히 순화할 수 있는데도 계속 사용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단어도 있다. '미망인'(未亡人)의 경우가 그렇다.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아내를 지칭하는 미망인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다.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해 살아남은 죄인이라는 의미다. 죽은 사람의 남은 가족을 가리키는 '유가족'이란 단어가 있지만 남편을 잃은 여성에겐 '미망인' '과부'(寡婦·남편이 죽어 부족한 사람이 된 여성) 등 다른 호칭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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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형'(學父兄) 역시 성차별적 언어로 알려져 있다. 학부형은 말 그대로 학생의 아버지와 형을 뜻한다. 학생의 보호자는 남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다. '학부형'은 '학부모'로 대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는 성별 혹은 장애 유무에 따른 차별적 의미가 담겨 있는 구시대적 행정 용어를 고치고자 지난해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친 행정 용어 13개를 발표했다. '미망인', '학부형' 등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성차별적 언어를 순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상 곳곳까진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성차별적 언어로 인식되지 않는 탓에 방송에서도 이따금 쓰인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자 연예인은 "대어를 낚게 해준다니, 오늘 나 머리 얹는 거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정모씨(28)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니 직장 상사가 '내가 우리 정 대리 머리 올려줘야 되는데'라고 말해 몹시 불쾌했다. 골프 가르쳐준다는 의미인 걸 알았는데도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머니 모'(母)자만 들어가는 '유모차'(乳母車) 대신 '유아차(乳兒車)'로 부르자는 것이다. 육아가 더 이상 여성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이 같은 성차별적 언어에 대해 이 교수는 "차별 표현이 가진 부정적 기능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사용을 규제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의 문제점을 알고 사용을 자제하려는 화자들의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관습적으로 사용해오던 성차별적 언어를 개선해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인식 수준이 더 올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