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컵도 없이 침묵만…' 냉랭했던 한·일 첫 만남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9.07.12 16:51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이후 한일 정부 관계자간 첫 실무회의…日 언론 "평행선 그릴 듯"

/사진=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홈페이지 캡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한일 양국간 실무급 회의가 진행된 가운데 냉랭하고 어색했던 현장의 분위기가 현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두시부터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회의석에는 한국 측 두 명, 일본 측 두 명 등 단 네 명만이 사무용 책상을 두 개 붙여 놓고 차가운 분위기 속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는 이날 비공식 회의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에 찍힌 사진으로 경제산업성 측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측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등이, 일본 측에서는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등이 자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속 이들 네 사람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침묵 속의 어색한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상 위에는 물 한잔도 없이 각자가 챙겨온 노트, 책, 펜만이 있을 뿐이었다.

또 이들 뒤쪽의 화이트 보드에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고 적힌 자료가 붙어 있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수출관리당국이 이번 운용 재검토에 대해 사실확인을 요구해 사무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며 "협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한국 측은 '양자협의'라고 규정, 양측은 회의 시작 전부터 이번 첫 만남에 대한 시각 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기싸움을 벌였다.

일본 A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은 취재진의 '방일 목적은 무엇인가' '수출 관리 미비 지적에 대한 반론이나 제안은 무엇인가' 등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무거운 표정으로 통로를 빠져나갔다.

한편 NHK는 "한국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상세한 설명과 조치의 조기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일본 측은 수출 통제를 엄격히 하는 대상이 된 3개 품목이 군사 전용 가능한 물자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사안이 다수 발견된 점, 한국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도 실패한 점 등을 들어 안보에 우려가 있음을 직접 설명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번 사안이 양구간 협의 대상이 아니며 (조치도) 철회하지 않기로 해 논의는 평행선을 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 실무진(왼쪽)과 한국 측 실무진(오른쪽)/사진제공=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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