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日 반도체 수출 규제 '몽니'…"중국만 좋은 일"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9.07.02 18:01

[준비안된 한일 경제전쟁]日 경제산업성 조치 발표 당일, 일본 기업들도 사실 파악에 분주…니혼게이자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불이익 많아"

편집자주 |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핵심 부품 수출규제로 맞받아치며 경제 국지전을 도발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국가간 무역전쟁의 결과는 ‘루즈-루즈(lose)’라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발적 민간대응의 역할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사진=AFP

일본이 한국을 겨냥한 '반도체 핵심 재료 수출 제한 조치'를 둔 것에 외신도 주목하면서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 전자제품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자체 공급망을 갖추거나 외부 공급망을 확보할 경우, 일본에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일본 내의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TV 디스플레이 핵심재료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4일부터 단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미국과 한국 등 27개국을 수출 허가 취득절차 면제국인 '화이트 국가'로 지정했지만 8월부터는 한국만 제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경우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 별도 허가 신청 및 심사를 받게되는데 평균 90일(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츠시 오사나이 일본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 분야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는 일본 기업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로부터 유일한 승자는 중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굴기'를 내세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국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이 재료 조달에 차질을 빚는 동안 관련 산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WSJ는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이 그들 스스로 자충수를 둘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일본 내 기업들이 사업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공급망 붕괴는 한국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일본 완제품 업체들에도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가 있던 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 기업들 뿐만은 아니었다.

이날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규제의 대상이 된 제품을 한국 등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사실 확인 등 대응에 분주했다.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스텔라 케미파와 모리타 화학공업, 리지스트 생산에 관계된 JSR과 도쿄오사카공업 등이 이에 해당했다. 스텔라케미파 측은 특히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규제 조치로 자사 제품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즉시 알렸으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파악중"이라고 설명했다. 1일 스텔라케미파 주가는 전일 대비 2.33% 내린 2930엔에 마감했다.

도쿄오사카공업 역시 "리지스트 매출에서 한국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번 조치의)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해 당혹감을 나타냈다는 보도다.


전세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반도체 담당 CW 정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기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모든 피해는 고객과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정부는 이것에 대해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을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둬 자원 무기화 카드를 쓴 결과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분쟁 이후 일본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를 지원해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제련 공장을 설립하고, 아프리카 등 대체지나 대체 재료를 민관을 통해 개척, 개발했다. 또 이 싸움을 지켜 본 다른 나라들도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춰나가면서 장기적으로 희토류 가격이 낮아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반도체 재료와 공급처로서 '탈일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일 일본 경제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번 조치는 국제정치의 도구로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 짙다"며 "하지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으로 보면 불이익이 많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한국 전자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함께 한국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를 대상으로 (통상조치를 결정) 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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