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쿠르디' 사진에 美 5조 예산 법안 통과시켜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19.06.27 15:28

사진 회자되자 美상원 46억달러 필요한 이주민 지원 법안 압도적 찬성

24일 멕시코 코아우일라주(州) 메타모로스 리오그란데강에서 미국 텍사스로 건너다 익사해 숨진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 마르티네즈 라미레즈(26)와 그의 딸 발레리아의 시신이 보인다. /사진=AFP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다 숨진 부녀의 사진 한 장이 미 국회에서 5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46억달러(약 5조3000억원)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주민들을 인도적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예산안 통과는 찬성 84표와 반대 8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이뤄졌다.

공화당 중심의 상원이 초당적으로 이민자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는 전날 공개된 '미국판 쿠르디' 사진의 영향이 컸다. 멕시코 매체 라호르나다가 공개한 이 사진은 멕시코 리오그란데 강기슭에서 발견된 엘살바도르 출신 20대 남성과 23개월 여자아기 시신 두 구의 모습을 담았다.

이들 부녀는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로 향하기 위해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다 참사를 당했다. 한쪽 팔을 아빠의 목에 두른 채 발견된 아이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고, 미국-멕시코 국경의 이민자들이 겪는 잔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지난해에만 이민자 283명이 국경을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 언론과 외신은 이를 두고 '제2의 쿠르디', '미국판 쿠르디' 등으로 부르고 있다. 2015년 가족들과 함께 유럽으로 향하다 지중해에서 익사,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 와 시리아 난민 사태의 참상을 알린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예산안이 실제로 집행되려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서로 다른 이민자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면서다. 전날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은 상원 발의 법안과 유사한 45억달러(5조 2100억원) 예산안을 긴급통과시켰으나, 이날 상원은 이를 찬성 55표·반대 37표로 부결시켰다.(정족수 60표)


/AFPBBNews=뉴스1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캘리포니아)은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민주당은 상원 발의 법안이 이민자 자녀를 위한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민자 자녀를 위한 보호나 건강 서비스 등이 추가됐으나 상원 법안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국경 장벽이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지원은 없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이 합의해 법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펠로시 의장이 상원 법안에 4가지 사항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민자 부녀의 사진을 두고 "난 그게 싫다"며 "민주당이 법을 바꾸면 이런 상황을 멈출 것"이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의회의 민주당원들은 국경 안보와 관련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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