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꼭 잡은 두살짜리 아기… '미국판 쿠르디'의 충격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6.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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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매체, 23개월 딸과 26세 아버지 시신 사진 공개 … 멕시코 매체 "4년 전 쿠르디 현실 떠올라"

24일 멕시코 코아우일라주(州) 메타모로스 리오그란데강에서 미국 텍사스로 건너다 익사해 숨진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 마르티네즈 라미레즈(26)와 그의 딸 발레리아의 시신이 보인다. /사진=AFP24일 멕시코 코아우일라주(州) 메타모로스 리오그란데강에서 미국 텍사스로 건너다 익사해 숨진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 마르티네즈 라미레즈(26)와 그의 딸 발레리아의 시신이 보인다. /사진=AFP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숨진 부녀의 사진이 퍼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판 쿠르디'라 부르며 이민자들이 겪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멕시코 매체 라호르나다는 강가에 머리를 땅에 묻고 엎드려 있는 남성과 여자아기 시신 두 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즈 라미에르(26)와 생후 23개월에 불과한 그의 딸 발레리아다. 아기의 한쪽 팔은 아빠의 검은 티셔츠에 함께 넣은 채 아빠의 목을 두르고 있어, 마지막 순간 아이가 아빠에게 매달렸음을 시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진은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멕시코의 리오그란데 강 유역에서 찍은 것이다. 이 부녀의 시신은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과 멕시코 메타모로스를 양옆에 둔 리오그란데 강의 국제교량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지난 23일 메타모로스에 도착한 마르티네즈 라미에르는 아내 바네사 아발로스, 딸과 함께 미 당국에 망명 신청을 하려 했다. 그러나 신청 절차를 시작하는 데만 몇 주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강을 수영해서 건너기로 결심했다.

아내 아발로스의 경찰 진술을 목격한 레두크 기자에 의하면 마르티네즈는 처음에 딸과 함께 강을 건너 미국 영토 쪽에 딸을 놓았다. 그러나 그가 아내를 데려오려고 등을 돌리는 순간 딸이 뒤따라 물에 뛰어들었고, 딸을 구하려고 하자 물살이 둘을 덮쳤다고 전했다.

2015년 9월 전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한 시라아 난민 쿠르디의 사진. /사진=AFP2015년 9월 전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한 시라아 난민 쿠르디의 사진. /사진=AFP
멕시코 현지 언론은 이 부녀의 사진을 4년 전 시리아 난민 사태의 참혹함을 알린 소년 '쿠르디'와 비교했다. 2015년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지중해에서 익사,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전 세계 언론에 보도돼 난민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엘살바도르닷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르티네스 가족은 지난 4월 엘살바도르 세인트 마틴의 집을 떠났다. 그러나 남부 도시 타파츌라에서의 2개월이 넘는 기다림과 멕시코 당국에 대한 공포감 등으로 인해 망명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엔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20대 여성 1명, 유아 1명, 영아 2명 등 이민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인은 폭염 등으로 추정됐다. 지난 4월에도 온두라스 출신 성인 1명과 어린이 3명이 이 강을 건너다 뗏목이 뒤집혀 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지난해에만 이민자 283명이 숨졌다. 이주민 보호소 관계자는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40~45명의 망명 신청 관련 인터뷰가 진행되는 데 비해, 대기명단은 800~1700명이 있어 대기 행렬이 매우 긴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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