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세먼지, 산불, 포항지진 등과 재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되지 않은 경기부양 추경은 구별해서 제출해달라. 총선용 추경에 응할 수 없다"(2019년 4월 1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부가 2015년, 2019년 각각 내놓은 메르스 추경, 미세먼지 추경을 향한 야당의 인식이다. 발언자를 지우고 보면 정반대 노선을 걷는 정당에서 발표한 논평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야당 지적에 2015년(새누리당), 2019년(더불어민주당)의 여당 반응도 같다. '경기 진작을 위해 나랏돈을 풀어야 한다'이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처한 위치에 따라 추경 편성 요건을 '고무줄 해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회는 스스로 추경 편성 요건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2017년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면서 '정부는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 △대규모 재해(자연재난·사회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경 편성 요건 때문에 대립이 격해지자 여야는 국가재정법 89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뜻을 모았다. 정부도 동참했다. 당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 논의를 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대의견이 나온 배경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1년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집권 후 두 번째 추경을 내놓았으나 추경 편성 요건을 둘러싼 공방은 반복됐다. 정부는 부대의견에 따라 국가재정법 개정을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았다. 백 의원 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국가재정법 89조 개정 논의가 겉돌면서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야는 벌써부터 추경 편성 요건을 두고 입씨름 중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구 해석 차이로 갈등이 빚어진 조선시대 예송논쟁처럼 추경 편성 요건을 두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89조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더라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힐 전망이다. 백 의원처럼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자는 쪽은 헌법을 근거로 제시한다. 정부의 예산 편성 재량권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헌법은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추경 편성 요건을 강화하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추경 편성 요건을 더 뚜렷하게 규정해 추경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