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는 연도 앞에 붙는 왕의 칭호로 정부 공식문서, 은행, 신문기사 등 일본의 실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올해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현재 왕의 연호) 31년이며 새 왕 나루히토가 즉위하는 다음 달부터는 레이와 1년이 된다.
달력과 도장 업체들은 연호 특수를 누리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새 연호를 발표하는 순간 '신일본캘린더'의 직원 100여명은 환호성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앞서 새 연호 공간만 비워놓고 달력을 만들어놨다. 업체는 2만부 정도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이 20명인 다른 달력업체도 1주일 내 판매를 목표로 곧바로 달력 제작에 들어갔다.
도장업체에는 관공서와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든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깃포도'는 기존 연호를 두줄 선으로 덮고 새 연호를 찍을 수 있는 도장을 준비했는데, 이미 견적 요청만 1만건이 들어왔다. 연초 주문이 없어 고민하던 다른 도장업체는 2월 말부터 주문이 급증하며 현재 3만건 넘게 들어왔다. 이달 중 주문 접수를 중단할 계획이다.
몇몇 제과업체는 1989년 헤이세이 원년에 나온 과자류를 한정 재판매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할인 판매에 들어갔으며 여러 업체들이 새 연호 맞히기, 같은 한자 들어간 사람 할인 등 이벤트를 펼치는 중이다.
반면 은행, 철도, 기업들은 사고 발생에 대비해 곧바로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연호가 바뀌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주문 날짜 인식 오류, 예약 업무 처리 오류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를 컴퓨터로 한 이후 첫 연호 변경이라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달의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다르면 기업들 중 8%는 5월 1일 안에 새 연호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예 '서기'로 연도 표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철도 JR은 지난해 10월 예약·발권 시스템의 연도 표시를 연호에서 서기로 전환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새 연호를 반기지만 연호제 자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7일 변호사, 언론인 등 3명은 연호 때문에 시간의 연속성이 끊겨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존엄', '인격권'이 침해받는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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